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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다 찼어요”…강남 성형외과들 여전한 진료 거부
-돈 되는 진료는 OK…의료수가 낮은 진료는 꺼려
-예약ㆍ시설 이유 거부는 정당…환자들만 냉가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직장인 김모(42) 씨는 지난 주말 운동을 하다 얼굴 턱 부분을 다쳐 봉합 수술을 받았다. 김 씨는 며칠전 수술 부위의 소독을 위해 서울 강남에 위치한 회사 인근의 성형외과를 찾았지만 수차례 문전박대만 당했다. 성형외과가 즐비해 소독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병원들은 일제히 예약 등을 이유로 김 씨를 받지 않았다. 여러 차례 퇴짜를 맞은 김 씨는 결국 사무실로 돌아와 전화로 병원 문의를 한 끝에 겨우 소독 진료에 성공했다.

김 씨는 “소독과 같이 매우 간단한 진료는 예약이 필요 없을 것 같아 회사 근처 병원에 들렸지만 다들 ‘예약이 다 찼다’거나 ‘원장이 수술에 들어갔다’는 등 이유를 대며 진료를 거부하는 듯 했다”며 “성형외과가 돈 되는 진료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강남 성형외과 간판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 및 특정 병의원과 전혀 관련 없음.

강남권에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미용 관련 병원이 즐비하지만 의료수가가 낮은 일상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사실상 ‘진료 거부’를 하는 병원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은 진료과목 대부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내역을 통보할 필요가 없는 비보험 대상이다. 돈을 벌려는 일부 개업의들이 이같은 비급여 진료만 취급하고 의료수가가 낮은 일상적인 치료를 꺼린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의료법 15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 또는 조산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를 거부한 의료인에게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한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면허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예약이 차 있다거나 의료시설이 부족해 환자를 받지 않는 것은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사가 부재중인 경우, 의원 또는 외래진료실에서 예약환자 진료 일정이 있어 타 의료기관 방문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은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제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의 진료 거부 이유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원의는 “성형외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병원이 돈벌이가 되지 않는 진료를 꺼리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라며 “이는 성형외과 뿐만 아니라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등 점점 더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병원의 이러한 상업적인 행태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만을 통해 돈을 벌려는 병원이 늘고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며 “비급여 진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 복지부가 하루 빨리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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