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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우 전 수석 “대통령 조롱 영화나 연극 바로잡자는 논의 많았다”
-조윤선 공판 증인출석해 증언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초기 실무를 도맡았던 박준우(64)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이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 당시 ‘나라가 많이 좌편향돼있다’는 차원의 언급이 많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박 전 수석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기춘(78ㆍ사진)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정무수석비서관의 10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수석은 이날 특검팀이 ”실수비(수석비서관 회의) 언급 상황 중 ’교육 문화계에서 좌파가 득세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뭐했느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느냐“고 묻자 ”회의 때마다 나라가 많이 좌편향돼있다는 언급이 많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문화예술계 일부 단체에서 만든 영화 또는 연극에서 대통령을 조롱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시킬 정도의 내용들이 나온데 대해 그런 부분을 바로잡아야겠다는 논의가 많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박 전 수석은 이날 ‘종북 세력 문화계 15년간 장악. CJ 현대백화점 문화 강좌. 정권초 사정 서둘러야. 비정상의 정상화.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쓰인 자신의 업무 수첩 내용에 대해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을 기재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6월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활용하는 업무를 했다. 특검팀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김 전 실장 지시로 각 분야 비서관으로 구성된 ‘민간단체 보조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반(反) 정부 성향 문화예술인을 추렸다. 이 TF팀은 문화예술계 3000여개 단체와 8000여명 명단을 작성해 예산 지원에서 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수석은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업무를 직접 챙겼는지 증언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9월 30일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 특히 롯데와 CJ등 투자자가 협조하지 않아 문제다”고 발언한 것으로 조사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4년 초까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종북 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메가박스에서 상영되는 건 종북세력이 의도하는 것이다. 영화 제작자와 펀드 제공자는 용서가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날 법정에서 회의에 참석했던 박 전 수석에게 해당 발언의 의미를 물을 계획이다.

박 전 수석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이 취임 당시부터 ‘블랙리스트’ 업무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특검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해 말 국회 청문회에서부터 이날 재판에 이르기까지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 전 수석의 청문회 증언은 위증이 되는 셈이다. 특검이 지난달 5일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등의 재판에서 공개한 박 전 수석의 진술 조서에는 “(인수인계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블랙리스트 관련해 설명했다. 세월호, 지방선거, 4대악 척결 등에 관해 얘기했다. 조 수석이 처음에는 웃으면서 듣다가 나중에는 얼굴이 어두워졌고 ‘이런 일들을 다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저는 ‘대통령이 다 챙긴다’고 답했다”고 적혀있었다.

특검은 박 전 수석이 퇴임한 뒤 블랙리스트가 본격 활용된 점, 범행을 일체 자백한 점을 고려해 박 전 수석을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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