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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어버이날 ①] 작년 서울시 학대받은 노인 6년만에 최대…왜?
- 폭언, 욕설 등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아
- 노인 학대 가해자 1위는 10년 째 ‘아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1 70대 중반 남성 A씨는 이혼한 장녀가 친정으로 돌아온 뒤 온갖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딸은 빨래를 널다가 옷걸이와 빨래를 A씨에게 마구 던지는 가 하면 식사 도중 A씨의 밥을 뺏기도 했다. 남들에게 소문이 날까 조심했던 A씨는 장녀의 폭력성이 점점 심해지자 심각한 폭력 사건이 벌어질까 두려워 이를 막내딸에게 알렸다. 상황을 알게 된 막내 딸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2 90대 초반 여성 B씨는 배우자가 사망한 뒤 충격을 받아 우울증과 초기 치매를 앓기 시작했다. B씨의 아들은 어머니의 치매 증상을 악용, 모친이 살던 집을 급경매에 넘겼고, 경매 낙찰금은 마치 B씨가 받는 것처럼 꾸민 뒤 1억여원이 넘는 돈을 챙겨 달아났다. 이후 낙찰자에 의해 퇴거해야하는 상황에서 B씨는 동네 주민의 신고로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간 숨겨왔던 학대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헤럴드DB]

서울시 남부ㆍ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실제 노인 학대 피해 사례다. 이처럼 신체적ㆍ정서적ㆍ경제적ㆍ성적ㆍ방임 등의 학대를 받은 노인들이 지난해 부쩍 늘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8일 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 2곳에 접수된 작년 학대 피해 노인은 모두 490명으로 최근 6년 새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6년간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478명 ▷2012년 409명 ▷2013년 428명 ▷2014년 420명 ▷2015년 403명 등으로 지난 6년간 학대 피해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이는 2628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수치는 1년 새 22%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 학대 피해 노인 현황. [제공=서울시]

서울시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5년 기준 126만7563명으로, 이 중 1000명 당 2명 꼴로 학대를 겪은 셈이다.

정미정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국장은 지난해 증가세에 대해 “과거에는 가족 내 학대를 ‘쉬쉬’했다면 지금은 노인 스스로 신고하고 보호받으려는 의식이 강해졌으며, 특히 몸을 때리는 등 신체 학대 뿐 아니라 폭언, 욕설도 학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학대 유형 가운데 정서적 학대는 995건으로 전체 2147건(중복 유형)의 절반 가까운 46.3%를 차지했다. 정서적 학대는 비난, 모욕, 위협 등 언어 또는 비언어적 행위로 노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신체 학대가 749건(34.9%)으로 뒤를 이어, 신체, 정서 학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방임 180건(8.4%), 경제 학대 156건(7.3%), 자기방임 34건(1.6%), 유기 18건(0.8%) 순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학대 피해 노인의 연령대 현황. [제공=서울시]

피해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306명으로 62.4%를 차지했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여성 비중은 최고 74.5%(2013년)에 이르는 등 매해 70%를 넘었다.

연령별로 보면 70~79세가 202명(41.2%)로 가장 많다. 이어 ▷80~89세 180명(36.7%) ▷60~69세 79명(16.1%) ▷90세 이상 27명(5.6%) ▷60세미만 2명(0.4%) 순이었다.

노인 학대 가해자는 대개 직계비속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2015년 전국 29개 기관에 접수된 전체 신고 1만1905건 가운데 가해자는 아들이 36.1%로 1위였다. 아들이 10년 째 정상이라는 게 기관 측의 설명이다. 이어 배우자(15.4%), 딸(10.7%), 며느리(4.3%) 순으로 손자녀(1.5%), 친척(1.1%) 등의 순으로 친족의 경우가 대부분인 69.6%를 차지했다.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 역시 가정(85.8%)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40~50대가 48%로 절반에 가까웠다.

신고자는 동주민센터, 보건소 등 관련기관이 39.1%로 가장 많았지만 본인 신고도 18.9%로 높았다. 이어 친족 14.9%, 타인 8.4% 순이었으며, 학대행위자가 신고하는 경우는 0.2%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대 행위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피해자의 ‘용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정 국장은 “노인 학대와 관련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재로선 가정폭력법 상 접근금지, 보호관찰 등을 안내하며 자녀들한테 경각심을 심어주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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