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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애가 요즘 부쩍재롱을…아차!” 불임부부 급증…동창회도 말조심
고교 동창 부부모임에 참석해 세살배기 아들 재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직장인 송덕운(38ㆍ대구 북구) 씨는 화장실을 가려고 잠시 자리를 떴을 때 따라나온 한 친구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그 자리를 함께 했던 동창 부부 가운데 아이를 가지려 4년간 노력했지만 실패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송 씨는 “친구의 귀띔을 듣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이후 또래 부부들의 모임에 갈때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물어보는게 훨씬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최근 20~40대 부부들 사이에선 각종 모임에 나가 자녀 출산이나 육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해당 연령대 부부들 사이에 불임이나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7년이 지나도록 첫 아이를 갖는데 실패했다는 강동현(42) 씨 부부는 “3년정도 아이없이 신혼생활을 즐긴 후 아이를 낳으려 했지만 마음 먹은대로 임신이 잘 되지 않았다”며 “이후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을 수차례 받았지만 번번이 실패하다보니 이젠 체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적인 부담은 둘째치고 다른 친구들 자녀의 돌잔치에 갈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는 강 씨는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또래 친구들의 모임에 나가면 자녀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최근 3년간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는 사회 현상을 나타내는 수치로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불임 환자 수는 21만7905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12%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1년 3만9333명이었던 국내 남성 불임 환자 수는 2015년 5만2902명으로 4년 새 약 1.5배 가량 증가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국가적으로도 저출산 극복 대책의 일환으로 난임치료 비용을 지원하자는 움직임까지도 가속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불임 또는 난임 부부 주변 사람들도 마음이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결혼한 지 5년만에 첫 아이를 갖는데 성공했다는 권성신(37) 씨는 “난임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또래 모임에 나갈 때 나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혹시 있을까란 생각에 항상 자녀 이야기를 꺼내는데 조심하게 된다”며 “실제로 불임으로 힘들어하는 부부가 있는 모임에선 해당 부부에 대해 안쓰러워하면서도 불편해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만혼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를 볼 때 이 같은 현상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초혼 연령이 35세 이상인 경우 난임을 경험한 부부가 27.5%로 24세 이하 9.5%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혼 이외에도 스마트폰 전자파, 인스턴트 음식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한 호르몬 불균형으로 젊은 갱년기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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