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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 자랑하면 벌금 1만원 내!” 취업난에 금지어 된 자녀이야기
#1. 서울 노원구에 사는 안효인(58ㆍ여) 씨가 속한 또래 아주머니 모임에 최근 ‘자녀 이야기 10분에 1만원 벌금’이란 규칙이 생겼다고 한다. 회원들 모두가 취업이나 결혼 적령기에 놓인 자녀들을 두고 있는 만큼 자녀들의 소식을 말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하자는 의미다. 안 씨는 “본인 자녀의 취업이나 결혼 소식을 전하고 싶은 회원 가운데선 벌금 10만원을 내놓고 이야기를 한 경우도 있었다”며 “취업부터 결혼까지 쉽지 않은 20~30대 자녀들을 둔 50~60대 부모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2. 서울 송파구에 사는 변영주(55ㆍ여) 씨는 지난주 고교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왔던 친구와 말다툼을 벌였던 것에 대해 후회 중이다. 자녀의 결혼 소식을 전하던 변 씨의 친구가 각각 행정고시와 취업 준비로 수년간 고생하고 있는 변 씨 두 아들의 현 상황을 묻는 바람에 갑자기 감정이 폭발해 둘 사이가 서먹해졌기 때문이다. 변 씨는 “취업에 이어 결혼까지 성공한 친구 아들의 소식을 들으며 내 자식들의 상황이 떠올라 순간 욱하는 감정이 들었다”며 “이후 친구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풀었다”고 했다.

최근 장기간에 걸친 경제 침체로 인해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20~30대 자녀들의 잇단 취업 실패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부모들의 사회 생활이나 친구 관계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가 늘어나며 비자발적으로 ‘캥거루족(성인이 되고도 부모와 함께 살거나,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층)’의 부모가 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20~30대 성인남녀 1724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2%가 ‘나는 캥거루족’이라 답변했다.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90.6%였고, 고정수입이 있는 직장인 중에서도 84.3%가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청년 취업자 4290명 가운데 53.2%가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20~30대 두 자녀가 있다는 주부 박희영(59ㆍ여) 씨는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대학을 졸업해 입시나 학업 등의 고민에서 졸업했고, 자녀들의 취업 및 결혼 등의 문제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부모 역할의 종착점에 와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보니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경우가 많고, 자녀를 주제로한 대화에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취업난을 비롯해 만혼 풍조까지 늘어나다보니 자녀들의 결혼 문제도 50~60대 부모들 사이에선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한다.

직장인 이경숙(60ㆍ여) 씨는 “결혼의 경우 대학 졸업, 취업, 경제적 여유, 연애를 통한 결혼 상대자 충족 등의 조건이 대부분 갖춰질 때 가능한 것”이라며 “무탈하게 자녀들을 결혼시키는 친구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녀 세대의 출세를 자신의 출세로 대리만족하고 희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서로에 대한 비교를 통해 박탈감을 느끼는 특징이 있다보니 좀 더 극명하게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신동윤·박로명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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