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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색 표심’으로 폭발한 정치적 다양성…투표로 ‘인증’ 될까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건으로 만들어진 제 19대 대통령선거는 한국 정치가 이제까지 맞딱뜨리지 않은 낯선 변화를 빚어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은 구(舊) 야권으로 지지세가 기울어진 환경에서 치러졌다. 보수 진영의 헤게모니 속에서 치러졌던 이제까지의 한국 정치와는 반대인,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구 야권이자, 하나의 뿌리를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구 여권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내내 앞섰다. 이로 인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마다 줄곧 불거졌던 야권의 ‘단일화’ 요구가 나오지 않은 사실상 최초의 대선이 됐다. 


구 여야, 혹은 보수-진보, 좌-우가 모두 서로 다른 정당으로 분열돼 치러진 다자구도의 대선이라는 점도 과거와 달랐다. 물론 과거에도 선거 직전 유력 후보들이 탈당과 창당을 거듭하며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이 이뤄진 전례가 적지 않았으나 이번 대선과 다른 점은 모두 ‘인물’ 중심의 계파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인물 중심의 계파 분리 정립과 함께 노선의 분화가 이뤄졌다. 이번 대선에서 정치적 중요도가 커진 TV토론은 각 정당의 이념ㆍ노선의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범민주-범보수 양진영으로부터 ‘중도’의 분화다. 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분리한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라는 유력 후보를 떼어놓고 창당과정을 설명할 수 없지만, 지난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이후 노선에서도 점차 민주당과 차이를 넓혀갔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찬성 등 안보에서도 민주당보다 보수적인 성격이 강했고, 안철수 후보의 경제정책은 ‘민간 주도’를 천명함으로써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정책과 노선을 달리했다.

지난 1월 창당한 바른정당은 구 새누리당 내 ‘비박’(非박근혜계)과 ‘탄핵 찬성파’가 중심이 됐다. 유승민 후보의 ‘중부담 중복지’ ‘경제민주화’론을 중심으로 마련된 경제 정책은 일부 분야와 공약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당보다 ‘진보적 색채’가 강했다. 명확한 ‘증세’ 입장을 비롯해 노동ㆍ복지 정책이 일부는 오히려 진보정당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유사할 정도였다. 그러나 안보 분야에선 사드나 전술핵 배치에 대한 전폭적인 찬성 등 자유한국당과 같은 강경한 노선을 고수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의 지지율 추이를 문 후보의 독주 태세 속에서 홍ㆍ안 후보가 ‘2중’을 형성하고 유ㆍ심 후보가 ‘2약’인 구도였다. 그러나 TV토론에서 유ㆍ심 후보가 선전하면서 이 두 후보를 향한 국민적인 응원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심 후보는 TV토론에서 기존의 ‘선명성’을 뛰어넘는 ‘합리성’을 보여주면서 과거 진보정당과는 다른 면모를 인정받았다. ‘두자릿수’ 득표가 가시권이라는 분석과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유 후보의 경우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 및 홍 후보 지지 선언이 오히려 ‘전화 위복’의 계기가 됐다. ‘보수 혁신’이라는 기치와 노선이 재조명받았다.
결국, 파랑(문)-빨강(홍)-녹색(안)-하늘색(유)-노랑(심) 만큼이나 뚜렷이 구분되는 5색으로 분화한 한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지향이 실제 투표 결과로 드러날 지는 ‘전략 투표’냐 ‘소신 투표’냐에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문 후보측은 안 후보에 우호적인 반문 중도층과 심 후보에 지지를 보내는 진보층을 대상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 후보는 안 후보로 돌아섰던 보수층을 향해 “좌파 집권을 막기 위한 결집”을, 안 후보는 “반 패권주의를 위한 반문반홍(反문재인反홍준표)”을 주장하고 있다. 문ㆍ홍ㆍ안 후보 모두 유권자들에게 ‘전략 투표’(당선가능성이 높은 ‘차선’의 지지 후보 선택)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ㆍ심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노선에 맞는 ‘최선’의 후보를 향해 ‘소신 투표’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유 후보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보수의 혁신”을, 심 후보는 “홍 후보의 심판과 문 후보의 개혁 견인, 안 후보의 새정치 대체”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호소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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