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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의날①] 욕먹고 매맞는 교권…선생님 62% “학생 폭력에 눈물”
-“학생으로부터 언어적 폭력ㆍ신체적 위협 경험”
-최근 1년 교사 1명당 폭력 경험횟수도 11.48회
-“교사 인권 경시 풍조…보호 위한 제도 마련 절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지난 20여년간 교직에 몸담아온 중학교 교사 김순자(46ㆍ여ㆍ가명) 씨는 최근 명예퇴직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3~4년간 학생들이 평소 조용한 성격인 김 씨에게 대들거나 무시하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벌칙을 주지 않고 참으며 계도를 해보려다 마음의 병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수업시간에 낄낄거리며 학습태도가 좋지 않은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칙을 주려했다 ‘웃는 것도 잘못이냐’며 모든 학생이 있는 수업시간에 대드는 바람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그 일이 있고난 뒤엔 수십년간 매일같이 출근해 온 학교만 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해져 숨이 가빠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김 씨는 “내가 이러려고 교사가 됐나 자괴감이 들었고, 이젠 이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며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나 자신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DB]

일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당한 폭력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화여대 교육과학연구소 소속 오인수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와 신재은 이화여대 교육학과 석사가 공동 저술한 논문 ‘교사 대상 폭력과 정신건강문제의 관계에서 자아탄력성과 대처방식의 조절효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교사 중 62.1%(307명)는 최근 1년 이내 학생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같은 기간 피해 교사들의 평균 폭력 경험횟수는 무려 11.48회에 이르렀다.

연구는 지난해 10~11월 서울, 경상도, 전라도 소재 중학교 교사 585명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해 설문지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교사 대상 폭력의 유형(중복응답)은 명예훼손 및 배제(279명)였으며, 그 뒤를 언어적 폭력(237명), 신체적 위협(210명)이 뒤따랐다. 신체적 폭력은 31명으로 다른 유형에 비해서는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 사례로 명예훼손 및 배제에선 지도 무시(249명), 진행 방해(203명), 수군거림(157명), 헛소문을 퍼뜨림(73명) 순이었다. 언어적 폭력에서는 큰 소리(197명)가 가장 많았고, 반말(119명), 욕(113명), 협박(45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로부터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서울 노원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최모(50) 씨는 “초임 교사 등의 경우 학부모들이 대놓고 ‘나이가 어려 잘 모르는 듯 한데’, ‘당신 나이가 몇 살이냐. 세상물정도 제대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러면 안된다’ 등의 말을 듣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며 “최근 주변 많은 학교에서 담임 교사들을 상대로 학부모들이 욕설을 하거나 협박성 발언을 해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피해 교사들의 경우 대부분 육체적ㆍ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병가를 내 한동안 교단에 서지 못하는가 하면 직업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학생 지도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 대부분 시ㆍ도교육청에서는 교권보호지원센터나 교권치유지원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사들의 회복을 돕고 있지만 한번 상처받은 교사들이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기엔 역부족이었다.

오인수 교수는 “학교에서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왔지만 지금까지는 교사의 권리보다는 학생의 권리가 더 강조되어 왔으며, 현행 학교폭력방지법은 학교폭력을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폭력사건으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교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과반수 이상의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폭력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각종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개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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