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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고에 멍든 사회①] 허위 신고에 졸지에 강간범 신세…정작 무고사범엔 관대
-무고사범 80% 집유ㆍ벌금형, 실형도 징역 6~8월
-檢 “무고죄 구속기준ㆍ구형기준 엄중하게 재정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 김모(여) 씨는 사귀던 연인 유모 씨가 빌려준 돈 110만원을 갚지 않자 지난해 9월 경찰에 유 씨를 강간죄로 고소했다. 그러나 유 씨는 이 씨를 성폭행한 사실이 없었다.

서울북부지법은 무고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이달 4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 고소로 유 씨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형사사법기관의 불필요한 인력 낭비가 초래됐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중소기업을 다니다 그만 둔 박모 씨는 지난해 10월 전 직장 대표 강모 씨를 상대로 미지급 월급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동청은 강 씨가 박 씨에게 체불임금 104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강 씨는 오히려 박 씨가 회삿돈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박 씨는 회삿돈을 횡령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오히려 강 씨가 고소 사건 합의를 빌미로 퇴직금 지급을 면책받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1일 서울서부지법은 강 씨에게 무고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작년 한해 수사기관에 고소ㆍ고발된 인원만 74만명으로, 일본보다 6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ㆍ고발이 남발되는 만큼 허위 신고도 많아 무고죄로 연간 1200~1400명 정도가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무고 사범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장 검찰의 처리관행과 구형부터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달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작년에 무고로 기소된 인원 2104명 중 불과 5%에 해당하는 109명이 구속되고, 나머지 95%는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명령이 청구됐다”며 “검찰의 무고 사범에 대한 대응은 매우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같은 논란은 재판으로까지 이어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1206명으로 이 중 387명(32%)이 집행유예, 567명(47%)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약 80%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실형이 선고된 것은 141명(11%)으로,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평균 징역 6~8월 수준에 그쳤다.

형법은 허위 신고한 자에게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선고되는 최고 징역형은 2년에 머물러, 법조계에선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처벌 수준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총장은 “무고가 억울한 피해자를 낳고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만큼 보다 엄정하게 처벌해서 무고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고양지청 형사2부는 수감생활 중 편의를 제공받으려 검찰 수사관에게 자신의 지인들을 살인죄로 허위 제보한 권모 씨를 무고죄로 구속해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권 씨의 허위 제보로 살인 혐의를 받은 이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그동안 수사력을 낭비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무고를 통해 유ㆍ무형의 이득을 얻거나 민ㆍ형사 소송에 활용하기 위해 허위 고소하는 것은 사법제도를 이중으로 악용하는 셈”이라며 “이런 악의적 무고사범에 대해선 엄하게 처벌하는 쪽으로 제도화해서 적절한 시점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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