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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형물이냐, 조흉물이냐’…서울로 7017 ‘슈즈트리’ 논란
-서울역광장에 서울로7017 개장 맞춰 조성
-1억여원 예산 들여 공사 진행 중이지만
-시민 대다수 “을씨년스럽다” 한 목소리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으악. 저게 뭐죠?”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강우규 의사 동상 일대에 조성 중인 ‘슈즈 트리’를 본 대학생 김승지(21) 씨는 깜짝 놀랐다. 김 씨는 “조형물이 아니라 신발 소각장인 줄 알았다”며 “무슨 말을 전하려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역광장에 신발 슈즈 트리가 조성되고 있다. 이번 조형물에는 신발 2만5000켤레가 동원된다.

이 날 살펴본 슈즈 트리는 의구심이 들 법 했다. 수만켤레 헌 신발이 걸려있는 대형 조형물은 얼핏 봐도 기묘했다. 바닥을 향해 대롱대롱 매달린 수백개 신발끈은 음산함을 더했다. 곳곳 박힌 작은 수목들도 음침한 분위기를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사원 조영우(30) 씨는 “굳이 설치하지 않았어도 될 조형물”이라며 “아직 완성 전이라지만, 들어간 예산만큼 좋은 반응은 안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4일 남은 서울역 고가공원 개장에 맞춰 준비 중인 슈즈 트리가 아직도 ‘흉물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 ‘서울로 7017’의 개장 행사 일환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역광장 귀퉁이에 슈즈 트리를 조성하고 있다. 투입 예산은 약 1억원이다. 보행 상징인 신발들로 대형 조형물을 제작, 서울로 7017의 운영 방향을 알리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조형물이 조형물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슈즈 트리에는 신발들은 종류ㆍ색깔 구분 없이 매달려 있어 얼핏보면 음산한 느낌도 준다.

슈즈 트리에는 약 2만5000켤레 신발들이 동원된다. 대부분은 기부 받은 낡은 신발이다. 현재 이러한 신발들은 종류ㆍ색깔 등 분류 없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경남 창원에서 출장을 왔다는 회사원 이용직(31) 씨는 “신발 색깔이나 유형에 따라 배열만 달리했어도 더 예뻤을 것”이라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신발끈도 모두 없앴으면 한다”고 했다.

재원 낭비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슈즈 트리의 운영 기간은 20~28일로 모두 9일이다. 29일부터 즉각 철거에 들어간다. 9일 운영을 위해 예산 약 1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 처사라는 비판이다. 운영기간으로만 보면 하루마다 예산 약 1000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시는 오는 20일 개장일까지 좀 더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수만켤레 신발들은 조형물의 뼈대일 뿐 아직 들어설 장식물이 더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공사가 끝난다면 지금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라며 “수목들과 각종 시설물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0, 21일 시민들과 신발 안에 수목을 담는 등 조형물을 함께 장식하는 행사도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슈즈 트리는 황지해 환경 미술가가 제안한 작품이다. 황 작가는 서울로 7017의 기본 설계개념을 바탕으로 ‘신발로 만든 나무’를 착안, 이번 조형물을 설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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