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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 키우다 노후 뒷전 5060 “우리도 아직 노동의 굴레”
비숙련 노동시장 젊은층과 세대 충돌
지역갈등보다 무서운 세대갈등의 시대
공존의 지혜 담는 공동체문화 형성 시급


세상을 바라보는 세대간의 시선차는 어쩌면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젊은이와 노년층이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같다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세대간의 인식차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세대별로 상이한 인식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논란을 촉발하고, 국가와 정부는 이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노인복지센터에 노인들이 모여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각 세대간의 의견차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통적인 과제이자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고대 수메르 문명의 점토판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는 말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우스갯소리로도 많이 쓰였다. 동양에선 기원전 3세기 한비자가 오두편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른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청년과 노년층으로 고래(古來)로 갈등이 상존해온,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관계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를 돌아봤을 때 세대 간의 차이를 그저 자연스런 현상만으로 치부하기엔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에 유례가 드물 정도로 세대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수십년의 차이를 두고 전쟁과 극도의 가난을 겪은 세대, 가난을 탈출해 산업과 민주주의의 성장을 경험한 세대, 풍요속에 태어났지만 부모세대보다 침체된 경제성장에 희망을 잃고 있는 세대가 공존하다보니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살면서도 바라보는 현실과 미래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겨울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겪으며 대한민국은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와 서울시청 앞 광장의 ‘친박집회’로 상징되는 자녀세대와 부모세대의 ‘세대전쟁’을 겪었다. 수십년간 이나라를 곪아들게 했던 지역 갈등 대신 불거진 ‘세대간의 갈등과 반목’은 낯설었지만, 두려울 정도였다.

광장 위 갈등은 각 가정으로도 번졌다. 밥상을 앞에 두고도 ‘탄핵’이란 두 글자만 나오면 가족 간에도 날 선 논쟁이 이어지며 평화로웠던 가정이 흔들렸다. 이런 분란이 싫어 아예 서로의 마음에 상처만을 남기는 정치이야기는 ‘금기어’가 된 집안도 많았다.

탄핵을 통해 만들어진 ‘장미대선’에서도 세대간의 갈등은 ‘표 대결’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선거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 20대 47.6%, 30대 56.9%, 40대 52.4%, 50대 36.9%의 득표율을 올렸다. 수년간 지속된 경기불황과 촛불 정국의 영향을 받은 젊은 유권자들이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하지만 60ㆍ70세대들의 표심은 문 대통령 대신 ‘안보 프레임’을 강조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에게 쏠렸다. 문 대통령을 각각 24.5%, 22.3%밖에 지지하지 않았던 60대와 70대는 홍 후보에게 각각 45.8%, 50.9%라는 표를 몰아줬다.

한때 ‘망국병’으로 불렸던 영ㆍ호남 지역갈등은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세대갈등’이란 더 무서운 병을 얻은 것이 확인됐다는 한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대간의 인식차이와, 전혀 다른 투표성향 등 갈등이 심화된 가장 큰 원인은 먹고 사는 문제였다. 단순히 ‘출신지역’을 문제삼던 지역갈등과 비교해, 지금의 세대갈등은 그만큼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난제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는 6.4로 2012년 1분기(6.6)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았다. 악화된 경제로 인해 청년들은 기성 세대가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 구조에서 실업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고, 대비없이 노후를 맞는 첫 세대인 지금의 노ㆍ장년층들 역시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세대갈등은 단순한 이데올로기 대립, 체득한 문화의 이질성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며 “일자리 수요가 겹치는 비숙련 노동시장 등에서 세대간의 충돌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현재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는 세대갈등의 근간은 부의 불평등한 분배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던 소득재분배, 재벌개혁, 일자리창출 등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세대갈등 역시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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