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권따라 다른 인권위 위상…“헌법기구화가 답”
-인권위 법률 개정으로 폐지도 가능
- 헌법 존립 근거 마련…독립성 강화
-“조직ㆍ예산상 정부 입김 차단해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기본적 인권의 확립과 실현을 국정운영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는 인권위의 위상을 제도적으로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개헌 과정에서 헌법기구화를 통해 조직과 예산을 독립시키고 관련 규칙을 스스로 제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정부가 집권했을 경우 국가인권기구는 새로 설치되거나 위상이 강화되지만 권위주의 정권은 이를 폐지하거나 위상을 축소시키려고 시도한다. 대표적인 예가 필리핀의 두테르테 정권이다. 필리핀 인권위원회가 유엔인권최고대표의 권고에 따라 두테르테 대통령의 다바오 시장 재직 시 살인 혐의에 대해 조사를 나서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위를 없애려 시도했다.


우리 인권위 역시 정권의 정치 성향과 인권 인식에 따라 위기를 겪었다. 인권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지난 이명박 시기 때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09년 12월 현병철 당시 인권위원장은 용산 참사를 다루던 인권위 회의를 강제 폐회하며 “독재를 했다고 해도 좋다”고 발언했다. 이에 반발해 조국 현 청와대 민정수석을 포함한 여러 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위의 존립이 법률에 근거하다보니 정권이 바뀌거나 국회 상황에 따라 법률 개정으로 조직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일 수 있는 위상 강화보다 제도적 독립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권위에 대한 근본적인 공격은 조직과 인사를 향해 이뤄졌다. 2009년 행정안전부는 인권위의 정원을 30% 감축하도록 인권위에 통보했다. 인권위의 반발로 감축폭이 21%로 줄었지만 결국 인권위는 행안부의 메스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행안부는 당시“인권위는 직무를 독립해서 수행할 뿐 조직상으로는 행정부에 속한다”며 조직과 인사 개편 권한이 행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권위의 조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고 예산에 관한 부분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소관이다.

유엔의 ‘인권증진 및 보호를 위한 국가기구 설치와 강화 관련 안내서’(유엔 핸드북)에서는 이같은 점을 우려해 ▷법적 및 운영적 자율성 ▷ 재정적 자율성▷ 임명 및 해임절차을 통한 독립성 ▷ 구성을 통한 독립성을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위해 확보해야 할 주요 요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인권위는 외부 전문가를 모아 연구포럼을 구성해  개헌과정에서 인권위의 존립 근거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아닌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인권위의 목적과 기능을 그대로 헌법에 가져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를 헌법 상 독립기구로 두면 예산을 정할 때 인권위원장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 독립기구로 명문화하는 것이 인권위에 대한 행정부의 입김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셈이다. 필리핀 인권위원회 역시 헌법상 기구여서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인권위 폐지가 불가능했다.

홍 교수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인권위의 소속에 대해 명시돼 있지 않는데 개헌과정에서 행정부에 속하지 않은 독립기구임을 아예 명시하고 조직의 설치와 구성에 대한 규칙 제정권까지 주면 조직 위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치권에 의한 개헌 논의 과정에서 통치구조 논의에 밀릴 우려도 다분하다. 이 위원장은 ”1987년 헌법 체제에는 장애인이나 아동 등의 인권에 대한 국제협약과 권고, 국민 인식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며 “개헌 과정에서 인권 보장 체계를 보다 견고히 하기 위한 방향이 모색돼야 한다”며 국가의 인권에 대한 관심 표명이 개헌의 핵심 가치가 돼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