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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 vs 3…시리아ㆍ니카라과와 어깨 나란히 한 미국
-설마 했던 트럼프, ‘기후협정 탈퇴’ 현실로
-“美 탈퇴시 온도 0.3도 상승”
-미국 내 비난 봇물 “역사적 실수” “21세기 최악 정책”
-‘세계 리더’ 중국으로 넘어 가나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세계 리더를 자처하던 미국은 이제 시리아, 니카라과에 이어 세 번째로 파리협정 불참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설마했던 일이 현실화되자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美 탈퇴시 온도 0.3도 상승”=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발표하자 “미국이 자유 세계의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파리협정을 지키고 있다”며 전세계에서 시리아와 나카라과만 반대한 글로벌 기후 어젠다에서 한때 세계 리더였던 미국이 물러났다고 전했다.

이제 파리협정에 참여하는 국가는 195개국에서 194개국으로 줄었고, 불참하는 국가는 3개국이 됐다. 하지만 미국은 이들 국가와 달리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으로 전세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로 책임감이 막중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 [사진제공=AFP]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매년 30억톤(t)의 온실가스가 대기중으로 더 배출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또 온실가스 배출로 2100년께 지구 온도는 섭씨 0.3도 정도 상승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는 연구단체 클라이밋 인터랙티브에 따르면,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2100년 기준 지구의 온도 상승이 3.3도에서 3.6도로 0.3도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트럼프 집권 4년간은 세계 기후에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8년간 이 정책이 지속된다면 국제사회의 목표(지구 온도 섭씨 2도 상승 방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우리가 기후 ‘위험 지대(danger zone)’를 피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2도 상승이 하루하루 눈에 띄진 않겠지만, 그것은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 이후 가장 빠른 기후변화라고 강조했다.

▶전세계서 쏟아지는 비난=탈퇴가 공식화되자 미국 내 정계, 재계, 시민사회 등 비난이 쏟아졌다.

파리협정을 이끈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기자회견 도중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미래를 거부한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역사적인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에 함께 나가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의 근로자들과 가족들을 뒤처지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21세기 최악의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 [사진제공=EPA]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60개 넘는 지역의 시장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파리협정 유지를 위한 ‘미국 기후 동맹’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표 기업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에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협정 탈퇴 결정에 실망했다”며 “기후변화는 (사기가 아닌) 진짜다. 이제 산업계가 (파리협정을) 이끌어 나가야 하며 정부에 의지해선 안된다”고 적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모터스 CEO는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를 떠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등 기업들도 마지막까지 트럼프 설득에 공을 들였지만 수포로 돌아가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세계도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유엔은 즉각 논평을 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미국이 환경 이슈에 국제적 리더로 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별도의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미국인의 이익에 오점(error)를 남겼고, 지구의 미래에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파리협정의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탈퇴 결정으로 세계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때 기후변화의 악동이었던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으로 국제사회 리더로 도약할 태세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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