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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혼부부 백서]“혼자일때 보다 더 외로워요”…5쌍 중 1쌍은 주말부부
- 최근 1년차 신혼부부, 비동거 비율 20%

- “늘어난 두집살림에 시간 없고 지쳐”

- “언제 합칠 수 있을지 기약없어 힘들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1. 금요일 오후가 되면 유모(35)씨의 시선은 시계에 고정된다. 모든 직장인들이 금요일 퇴근을 기다리는 것이야 매한가지지만 유 씨는 불금을 즐길 형편이 아니다. 빨리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남편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금요일 밤 남편을 만나는 시각이 유 씨의 마음이 가장 편안한 때다.

유씨가 주말부부를 시작한 것은 결혼한지 만 3년이 되어가던 2014년 6월, 유씨가 세종시의 중앙부처 공무원에 합격하면서부터다. 꼬박 3년을 부부인듯 부부 아닌 부부로 산 셈이다.

선택은 쉽지 않았다. 두집살림을 하면서 늘어날 가사일에 서울에 사는 양가 부모님의 뒷바라지까지 남편이 혼자 도맡아야 했기 때문. 그러나 가장 큰 걱정은 두 사람 모두 혼자 있을 때 아프거나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 챌 수 없을 거란 두려움이다. 
직장 등 여러 이유로 평일에 함께 지내지 못하는 주말 부부가 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지만 당사자들은 정신적 외로움과 가사에 지친 육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힘들다고 호소한다.[사진제공=오픈애즈]

#2.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던 노범준(34) 씨 부부는 강원도 한 발굴현장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낭만적인 부부다. 그러나 낭만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부터 끝나고 주말부부라는 현실을 대면해야 했다. 발굴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년에 몇달씩 현장에서 먹고 자고 해야 하는 노 씨에게 주말부부는 숙명이었다.

노 씨는 “말이 주말부부지 사실 한달에 한번 집에 갈 수 있을까 말까”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신혼부터 떨어져 있어 외롭고 미안한 마음은 1년 만에 부인이 임신을 해 친정인 창원에 내려가면서 더 커졌다. 노씨는 “기껏 잘살라고 시집보낸 딸이 남편 도움도 못 받고 친정으로 내려와 있는게 좋기만 했겠냐”며 “나도 죄송스럽고 아내 본인도 친정인데도 눈치를 보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노 씨는 “임신한 아내가 몸이 힘드니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한데 내가 곁에 없다보니 너무 힘들어했다”며 “결국 내가 발굴일을 그만 두고 박물관 학예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부터 주말 부부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는 지금 좀더 힘들지만 소소한 행복을 바라던 아내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고 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신혼부부 통계조사에 따르면 최근 결혼한 부부일수록 함께 살지 않는 비율이 높았다. 5년차 부부 중 12%가 주말부부인데 반해 1년차 부부는 그 비율이 19.2%까지 높아졌다. 흔히 주말 부부라고 하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하는 주말 부부를 하다니 부럽다”는 사람들이 있다. 전통적 가족관계인 부부 생활은 다 하면서 개인으로서 자유는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자취생 시절 보다 못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주말 부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정신적 외로움이다. 결혼 5개월 차 부터 남편이 대전의 연구소로 발령이나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는 김서윤(31)씨는 “초반에는 결혼을 하고도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야 잠이 들 때가 많았다”며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할까 해서 댄스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고 했다.

2배로 많아진 가사일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지치게 한다. 유씨는 “1주일에 4시간 가사 도우미를 부르지만 결국 평일에 그날그날 해치워야 하는 집안일은 각자 해내야 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만나서도 같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할 일을 하고 대화도 무미건조해지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생활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 씨는 “남편이 서울에서 취직을 하기 전까지는 이 생활을 계속해야 할텐데 신혼이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것 아닌가 싶다”며 우울해 했다.

유 씨는 “아이를 낳르면 육아휴직으로 잠시라도 같이 살수 있겠다고 샐각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시간도 없고 체력적으로 지치다 보니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당장은 함께 살고 있는 노 씨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예사가 되더라도 5년마다 박물관을 옮겨야 하다보니 주변 사람 대부분이 주말부부”라며 “이게 하고 싶어서 택하는 일이면 모르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생이별이라는 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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