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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혼부부 백서]결혼도 부모능력?…10쌍 중 9쌍 “부모 도움 받아 결혼”
-집값ㆍ예식비용 큰 부담…“자력 해결 힘들어”

-부모세대 “결혼비용 부담스러워도 부모의무”

-“평균 2억6332만원 지출…주택이 70% 차지”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김진권(33) 씨는 최근 주택자금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 직장 생활 6년동안 열심히 월급을 모아왔지만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중소형 아파트를 전세집으로 구하려다보니 대출을 받아도 부족했다. 전세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주신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혼은 불가능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결혼식 비용이나 각종 혼수의 경우엔 그동안 나와 예비신부가 모은 월급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서울 시내에서 집을 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주택자금을 모으기 위해 결혼이 최소 1~2년은 미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에 쥐꼬리 월급, 수천만원대 결혼예식 비용…. 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결혼을 꿈꿔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시대다. ‘내 결혼비용은 내가 다 부담해야 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결혼을 하면서 부모 지원을 받지 않은 신랑ㆍ신부는 10쌍 중 1쌍에 불과했다. 

부모세대 “자식 결혼비용 부담스럽지만 의무”=4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기준 최근 3년 이내 결혼한 25~39세 남녀(400명)와 자녀를 결혼시킨 55~69세 부모(8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고비용 결혼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89.6%(1075명)가 부모에게 결혼비용을 지원 받았다고 답했다. 43.4%는 전체 결혼비용 중 60% 이상을 부모가 부담했다고 했다. 결혼 비용 전액을 지원받은 경우도 8.5%(102명)나 됐다.

부모 세대 절반 이상(51.9%)은 결혼비용 지원에 대해 심리적으로 매우 혹은 약간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들 부모 68.0%는 심리적 부담에도 자녀의 결혼을 지원한 이유로 ‘부모의 의무’를 꼽았다. 이어 ‘자녀의 경제적 능력 부족’(13.3%), ‘남들이 하는 만큼 하기 위해’(8.0%) 등 순이다.

결혼당사자가 자력으로 신혼집 마련을 포함한 결혼비용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부모세대의 대부분은 여전히 자녀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모 세대의 84.7%가 ‘능력이 있다면 결혼비용을 대주는 게 좋다’고 밝혔다. 자녀 세대의 64.8%는 ‘부모가 능력이 있다면 결혼비용을 대주는 게 좋다’고 답했다.

▶“평균 결혼비용 2억6333만원…70%가 주택”=서울 강남구에 사는 자영업자 이수현(36) 씨는 5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꿈꾸고는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결혼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 때문이다. 벌어놓은 돈은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데 다 쓴데다가 수입이 아직은 적은 편인 이 씨는 결혼 후 살 집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웨딩 컨설팅 업체 듀오웨드가 발표한 ‘2017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를 보면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의 평균 결혼비용은 2억6332만원에 달했다. 이들 신혼부부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비용은 역집 집값이었다. 결혼자금 용도별 평균 금액은 주택 1억864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혼주택 자금이 전체 결혼 비용의 70.8%를 차지한 셈이다. 연령별 평균 주택 비용은 20대 2억1022만원, 30대 1억8379만원, 40대 1억6771만원이었다. 주택 자금을 뺀 결혼 준비 비용은 평균 7692만원이 소요됐다.

이 씨는 “주변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결혼ㆍ주택 자금을 마련한 뒤 가정을 꾸리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며 “주변을 둘러봐도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결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력으로 결혼한 커플들은 하나같이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선뜻 결혼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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