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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의 권위②]욕하고 때리고...늘어나는 법정난동 ‘실형’ 선고도
-지난 7년간 법정 난동 기소건수 189건 달해
-판결 선고 불복한 욕설·소란 67%로 가장 많아
-분뇨 뿌리고 직원 폭행까지...시국 사건 ‘막말’ 논란도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지난해 7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허위 고소 혐의로 재판을 받던 권모(62) 씨는 재판장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판사가 징역 1년을 선고하자 “완전히 폭군이네. 인간이 돼라”, “네로 황제다. 미친놈 아냐”라며 고함을 친 것이다. 결국 법정모욕 혐의로 또 다시 재판에 넘겨진 그는 징역 4개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법원의 공정한 재판 기능을 저해하는 범죄로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정에서 욕설을 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전국 법원에서 발생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사고는 189건에 달했다. 2010년 27건에서 2011년 29건, 2012년 19건, 2013년 26건, 2014년 29건, 2015년 31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까지 집계된 사건·사고만 해도 28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욕설·소란 행위가 127건(67.1%)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4월 광주지법의 한 법정에서는 지인들의 재판을 방청하던 남성이 난동을 부렸다. 지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흥분한 김모(46) 씨는 갑자기 법대 쪽으로 달려 나오며 “이런 X같은 재판이 다 있냐”, “야 나도 구속시켜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방청석과 법대 사이의 난간을 내리치며 “내가 너 죽여버리겠다”고 판사를 협박하기도 했다. 김 씨는 법정모욕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를 향해 물건을 투척하거나 법정 직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도 25건(13.2%)이나 됐다. 지난 2012년 창원지법 진주지원의 한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분뇨가 든 페트병을 꺼내 들고 재판부를 향해 마구 뿌린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담당 판사가 재판을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박모(57) 씨는 “똥물이다, 판사 이 XXX야, 대한독립만세”라 외치며 분뇨를 뿌렸다. 박 씨는 준강도 등 다른 혐의와 함께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법원 사회복무요원을 장도리로 폭행하고, 자신의 소송을 기각한 판사를 찾아가 욕설은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서울북부지법 민원동 현관에서는 재판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소란을 피우던 김모(60) 씨는 이를 제지하던 사회복무요원을 둔기로 때리고 담당 판사의 법정을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법정모욕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돼 감형됐다.

이외에도 재판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15건·7.9%) 재판을 녹화·녹취한 경우(14건·.7.4%), 자살·자해를 시도한 경우(5건·2.6%)가 뒤를 이었다. 주로 감치나 과태료 처분을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법정 난동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조직법 58조(법정의 질서유지) 2항은 “재판장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입정금지 또는 퇴정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61조(감치) 1항은 ‘퇴정명령에 응하지 않거나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을 하거나 폭언, 소란행위를 한 경우 법원의 결정으로 최장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비해 형법 139조는 ‘법원에서 모욕 또는 선동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검사의 수사와 기소를 거쳐 재판에 넘겨진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한 셈이다.

정치·시국 사건 재판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영국(54) 변호사는 지난 2015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반발해 법정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오늘로써 헌법이 정치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입니다”,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라 소리쳐 보수단체들로부터 고발당했다. 권 변호사의 법정모욕 혐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인 김평우 변호사(72)가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해요?”라는 등 ‘막말 변론’으로 법정모욕죄로 처벌해야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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