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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임하면 사건 맡지 않겠다’던 대법관들, 실제로는?
-2000년 청문회 도입 후 ‘영리활동 않겠다’ 8명 중 4명 약속안지켜
-안대희 전 대법관은 5개월간 16억 원 수입 알려져 총리후보 낙마
-내년 1월 퇴임 김용덕 대법관 “일선 재판부서 정년 채우겠다” 공언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5일 조재연(61·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관예우’ 논란으로 임기 만료 후 변호사 개업 여부를 묻는 질문은 청문회 단골 질문이 됐지만, 일부 후보자는 발언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회의록 내용을 종합하면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를 거친 대법관 후보자 25명 중 퇴임 후 영리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후보자는 8명이다. 김황식(69·사법연수원 4기) 양승태(69·2기) 안대희(62·7기) 김능환(66·7기) 김지형(59·11기) 박시환(64·12기) 신영철(63·8기) 민일영(62·10기) 전 대법관이 ‘개업을 하지 않겠다’거나 ‘영리 목적 사건 수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능하면 변호사 안한다, 하더라도 모범적이고 공익적 활동할 것”이라던 김황식 전 대법관은 국무총리 재직 후 변호사로 개업했다. 담당한 사건에는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재벌의 상고심 사건도 포함됐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변호사 개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사건을 변호하는 활동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했고, 2014년 국무총리에 지명됐다가 5개월 동안 16억 원의 수입을 기록한 내역이 밝혀지면서 낙마했다.

김능환 대법관의 경우는 다소 안타까운 면이 있다.“가급적이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던 그는 2012년 퇴임 후 본인은 편의점을, 부인은 채소가게를 운영하며 화제가 됐지만 결국 생활고를 겪다 이듬해 ‘무항산이면 무항심(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는 말과 함께 법무법인 율촌에 자리를 잡았다. 신영철 전 대법관 역시 인사청문회에서는 퇴임 후 변호사 개업보다는 후진 양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퇴임 직후 법무법인 광장으로 직행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전직 대법관들의 전관예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개업을 제한하는 법률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입법이 되지는 못했다. 법률로 전직 대법관의 개업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활동 중인 고현철(70·사법시험 10회) 전 대법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내년 1월 퇴임하는 김용덕(60·12기) 대법관은 일찍 대법관이 된 탓에 임기를 마치고도 판사 정년이 남는다. 김 대법관은 2011년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전관예우 등 병폐를 없애기 위해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난 뒤 고등법원 판사나 단독판사를 맡을 수 있느냐”고 묻자, “법원에서 필요로 한다면 충분히 응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해외에서는 전직 대법관이 연구 업무나 단독 재판을 맡는 ‘시니어 저지’제도를 운영하는 사례가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직 대법관이 일선 재판부로 복귀한 사례는 없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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