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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의 권위③] 법정서 메모는 되는데 녹음ㆍ촬영은 안되는 이유
-법원조직법 59조 ‘20일 감치 혹은 100만원 과태료 부과’
-“일부 진술 편집ㆍ유포될 가능성”…2차 피해 방지 방안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지난달 16일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첫 퇴정명령이 내려졌다. 한 여성 방청객이 휴대폰으로 재판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가 법정 경위에게 적발됐다. 이 방청객은 “내용을 기재하고 있었는데 잘 안들려서 녹음했다”며 “집에 가서 다시 한 번 들어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방청객을 퇴정 조치했다.

재판장의 허가없이 법정에서 녹음하는 행위는 현행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법원조직법 59조에서는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ㆍ촬영ㆍ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긴 이는 20일 이내 감치되거나 1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녹음ㆍ촬영은 할 수 없지만 재판 내용을 받아 적는 건 가능하다. 방청객들은 수첩에 검찰이나 변호인의 말을 받아 쓸 수 있고, 일부 취재진은 법원과의 협의에 따라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국정농단 재판에 기업 고위 임원들이 증인으로 설 때면 기업 관계자들이 방청석에 앉아 수첩에 빼곡이 증언 내용을 받아적곤 한다.

메모는 되는데 녹음과 촬영은 안되는 이유는 뭘까.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정에서 녹음ㆍ촬영을 허용한다면 일부 진술이 편집돼 유포될 수 있다”며 “증인이나 사건 당사자의 의견과 다르게 왜곡돼 유포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법정에서 증인이나 피고인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이같은 내용이 유출돼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걸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청객이나 소송 당사자들의 무단 녹음이 금지되는 것일 뿐 모든 재판 내용은 녹음 파일로 기록된다. 전국 법원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민ㆍ형사 재판에서 당사자와 증인 등이 법정에서 하는 진술을 전부 음성 녹음하는 ‘법정녹음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녹음 내용을 조서로 정리해 사건 당사자들이 받아보는 데는 최대 3주도 걸릴 수 있다는게 법조계 전언이다.

때문에 사건 당사자나 변호인들이 재판 내용을 복기하기 위해 법정에서 무단 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형사재판에서 추후 증인으로 나올 인물의 부탁을 받고 법정에서 몰래 휴대폰으로 녹음한 30대 남성이 3일 감치 처분을 받았다. 해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과정에서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예비역 해군소장의 재판에서도 방산업체 임원이 재판내용을 녹음하려다 적발돼 감치 명령을 받기도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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