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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모죄 시행 D-2] 日 ‘감시사회’ 가속화 우려
-“공모죄법에 대한 분노 곧 잊혀질 수도…아베 노리는 것”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일본 아베 정권이 강행 처리한 ‘공모죄’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범죄를 실행하지 않아도 계획 단계에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일본 학계와 문화ㆍ예술계, 시민사회에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감시사회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학자인 기무라 쇼타 수도대학도쿄 교수는 8일 아사히 신문에 공모죄법에 대해 “대 테러 및 국제 조직 범죄 방지 목적 자체는 납득할 수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적절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를 준비 행위에서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은 이미 있기 때문에 공모죄 입법은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라며 “모호한 계획과 위험성이 매우 낮은 준비 행위까지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미 시행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향후 법의 미비점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지켜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쇼와사’, ‘일본의 가장 긴 하루’ 등을 쓴 작가 카즈토시 한도는 마이니치신문에 “공모죄 적용 대상 죄목 277개를 살펴봐도 무엇을 하면 범죄가 되는지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주관적 기준에 따라 운용될 무서움이 있다”며 “유사시엔 언론의 자유마저 억압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모죄법 반대 집회 [사진=게티이미지]

유명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공모죄법이 “국가에 의한 국민 감시를 강화해나가는 흐름의 일환”이라며 “이미 공모죄법이 있는 나라도 테러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정권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것을 포함해 자유로운 표현이 인간에게 활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모죄는 그러한 행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모죄법에 대한 의심과 분노가 곧 잊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안보 관련법 때도 내각 지지율이 떨어졌다가 곧 돌아왔다”면서 “아베 정권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테러 대책을 구실로 수사기관이 전화나 이메일 감청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8일 나고야 지역에선 시민 1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공모죄법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야당 의원 연설 후 시민들은 “공모죄 그만”, “아베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2㎞ 가량 행진했다.

집회에 참석한 니시무라 슈이치(70) 씨는 주니치 신문에 “(공모죄법이) 일반 대중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인 소마 노부오(57) 씨는 “과거 치안유지법으로 전국의 교회가 위축되고 전쟁에 협력해야 했다. 이에 대해 크게 반성이 있었다”며 “시민 생활을 위축시키는 공모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지난 6일 구도 쇼조 자민당 의원이 도쿄도의원 선거 당시 아베 총리 연설에서 “물러나라”고 한 청중을 “공모죄 혐의로 체포해야 한다”는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뒤늦게 “실수로 누른 것”이라고 해명하며 ‘좋아요’를 취소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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