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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종구 초당대 총장] 최저임금 인상 논란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생활급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 최저임금 생활자의 생계를 지원하고 소득 주도 성장을 견인하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컨센서스가 형성된 듯하다. 문제는 인상폭과 속도다. 인상에 따른 파급 효과를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가 관건이다. 노동계나 시민단체는 ‘소득양극화 해소’와 ‘가구 생계비 보전’을 위해 1만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인세율 인하, 비과세 감면 등으로 사용자에게 많은 편익이 돌아간 반면 근로자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임금 인상을 통해 구매력을 높이고 불평등을 시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가구 생계비도 포함하려는 정부 구상에 펄쩍 뛴다. 2000년 이래 꾸준히 상승해 결코 낮지 않다는 반대 논리를 편다.

2020년에 시급 1만원에 도달하려면 매년 15.7%씩 인상해야 한다. 상당히 급격한 인상폭이 아닐 수 없다. 점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여러 실증연구에서 점진적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시애틀시의 사례는 급속한 임금인상의 부작용을 잘 보여준다. 시애틀은 시간당 9.74달러에서 2015년 4월 11달러로 2016년 1월 13달러로 임금을 끌어올렸다. 최근 발표된 워싱턴 주립대 팀의 연구에 따르면 통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큰 폭으로 고용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런 견지에서 좀 더 유연하게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위에 해당한다. 실질 최저임금은 독일, 프랑스 보다도 낮지만 미국, 일본, 캐나다 보다는 높은 편이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약 8300원)이다. 백악관과 상하 양원을 보수적인 공화당이 장악하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2020년 시급 1만원이면 미국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 된다. 우리의 상대적 임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OECD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낮지 않다며 급속한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14%나 된다. 그 중 81.5%가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한다. 치킨집, 편의점, 영세식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최저임금 급등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최저임금 1만원이면 편의점주 월수입이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임대료 부담으로 실질적 임금지불능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특히 지방의 군소 자영업자의 경우 상황이 더욱 나쁘다. 중소기업중앙회 분석에 의하면 2018년 이후 3년간 인건비를 약 140조원 더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 문제를 해소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65%는 빈곤 가구가 아니다.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근로 빈곤층의 근로를 장려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욕속부달(欲速不達). 너무 서두르면 그르칠 수 있다. 경제여건을 감안한 보다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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