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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모킹건” “게임체인저”…트럼프 장남 이메일 공개 파문
-美 정가 발칵…민주당 “위증과 허위 진술, 반역죄” 언급
-미 언론 “트럼프 주니어, 뮬러특검에 스모킹건 건넨 격”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6월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러시아 변호사를 만난 경위를 설명해주는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은 수준 높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야당과 언론은 트럼프 주니어가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의 ‘결정적 증거’를 제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이메일이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작년 6월 9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를 만난 경위를 설명해주는 이메일을 공개했다. 그는 트위터에 이메일 전문을 올린 뒤 “완벽하게 투명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 션 해니티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투명성을 위해서”라며 작년 대선기간 러시아 인사들과 회동에 앞서 교환한 이메일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강한 역풍을 맞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이메일은 당시 만남을 주선한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대리인(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대화 내용 전체를 담고 있다. 골드스톤은 러시아 정부가 당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려는 의도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러시아와 거래를 했다’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 정보를 보유한 러시아 인사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제의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메일을 받은지 20여분 만에 “그 말이 맞는다면 후일 여름에 (접촉해 정보를 듣는 것이) 좋다”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 “나는 (이메일을 받은 뒤) 처음에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이후 그들은 여성이 뉴욕에 있으니 만날지 물었고 나는 회의 개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캠프 핵심 인사였던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매나포트가 함께 참석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8일 뉴욕타임스(NYT)가 양측의 만남을 폭로했을 때 “러시아 입양아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일축했지만, 이후 시시각각 해명이 달라지고 있다. NYT가 연거푸 새로운 사실을 공개하자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의 선거 캠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모호한 약속으로 만남이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이날 공개한 이메일에선 그가 회동 전 “트럼프 캠프에 도움이 될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의 이메일 공개 이후 한줄짜리 짧은 반응을 내놨다. 그는 “투명성에 갈채를 보낸다”며 “내 아들은 수준 높은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이메일 공개는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 직접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오히려 유도한 것이라며 ‘반역죄’를 거론했다.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은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수사 내용상 러시아 스캔들은 이제 단순한 사법 방해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위증과 허위 진술, 심지어 반역 혐의로까지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존 코닌 의원(공화당)은 트럼프 주니어가 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할 것을 촉구했다. 미 정보기관은 지난해 대선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내렸고, 이에 미 의회가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법무부가 임명한 로버트 뮬러 특검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여부를 수사중이다.

언론들은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트럼프 주니어의 이메일을 집중 조명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로브 골드스톤과 주고받은 이메일. [사진=트럼프주니어 트위터]

WSJ은 “이번 이메일 공개는 트럼프 주니어를 (러시아 스캔들의 중심부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메일은 캠프 인사들이 대선기간 (트럼프를 지원하려던) 러시아의 노력을 알지 못했다는 진술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핸 캠프 인사들은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을 일체 부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G20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의혹에 대해 “아무도 확실한건 모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주니어가 주고받은 이메일은 “법적인 ‘게임 체인저(국면을 바꾸는 결정적 요소)’”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장남의 이메일이 왜 게임체인저인지’에 대해 “그동안 트럼프 캠프 인사들은 러시아가 대선에서 트럼프를 당선시키려고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는데, 공개된 이메일은 그동안 캠프의 반응과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니어 트럼프는 지난해 7월 24일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대선에서 아버지를 도우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 “너무 가짜(so phony)”라고 일축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스캔들의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뮬러 특검에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정가 스캔들에 정통한 법조계 인사들의 견해를 인용해 “이메일은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 측과 공모할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번 이메일 파문과 관련해 ▷지난해 6월 미팅에서 러시아 변호사와 어떤 대화를 했나 ▷ 한번만 만났나 ▷주고받은 이메일이 더 있나 ▷트럼프는 내용을 알고 있었나 등을 해당 의혹의 핵심 고리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측은 “대통령은 당시 미팅에 대해 몰랐고 참석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변호사 베셀니츠카야는 이날 해당 의혹을 일체 부인하며 트럼프 캠프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NBC 방송에서 “당시 트럼프 주니어와 만나기 위해 트럼프 타워로 갔다. 거기서 클린턴 선거 캠페인에 관한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클린턴 선거본부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를 위해서 일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트럼프 주니어 측이 클린턴 정보를 몹시 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SJ은 “트럼프 주니어의 이메일에서 베셀니츠카야는 모스크바에서 날아오는 러시아 정부 측 변호사로 소개됐다“고 설명했다.그리고 러시아 정부와 일체 연결고리가 없다는 러시아 정부와 본인의 해명과 달리, 그의 주 고객이 국영기업, 공무원 등으로 크렘린과 업무상 광범위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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