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도 집권당, 가짜뉴스 유포…‘왜곡된 민족주의’ 우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인도 정부는 지난 5월 맨부커상 수상자이자 대표적인 반(反)정부 인사인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가 인도 군대를 비판했다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조작된 ‘가짜뉴스’로 밝혀져,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당국의 행태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인도인민당(BJP)은 앞서 당이 운영하는 공영방송의 메인 앵커를 통해 “반국가적”이고 “징징대는 원히트 원더(히트작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라고 로이를 비난했다. 로이가 카슈미르 지방의 스리나가르 지역을 방문해 “주둔군을 70만에서 700만으로 늘리더라도 인도 당국은 카슈미르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카슈미르는 인도-파키스탄 분쟁지역으로 인도인의 ‘독도’나 마찬가지인 지역이다.

저서 ‘작은 것들의 신(The God of Small Things)’으로 유명한 맨부커상 수상 작가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사진=게티이미지]

해당 보도가 나간 후 로이는 스리나가르에 간 적조차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해당 발언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로이는 보도 직후 비판여론에 직면했다. BJP 정책입안자 한 명은 크게 분노하며 로이를 “군용 지프 차량에 묶어버려야 한다”고까지 발언했다. 지난 4월 한 인도군 소령이 시위대의 돌팔매질을 막기 위해 차량 앞쪽에 민간인을 묶고 주행한 사건에 빗댄 발언이다.

문제가 된 로이의 발언은 파키스탄의 타임지로 불리는 민족주의 사이트에서 조작한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해당 보도에서 로이의 이름을 라이(Rai)로 틀리게 적기까지 했지만 공영 방송은 이를 그대로 받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주류 언론들이 정부와 결탁해 가짜뉴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공화당계 정책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샤다난드 듐은 “인도의 가짜뉴스는 한 정당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거짓으로 판명한 다수의 사례가 친(親) BJP 계열이다”고 비판했다. 로이의 가짜뉴스 역시 모디 총리의 BJP가 운영하는 공영방송을 통해 확산된 사례다.

인도 당국은 반정부 인사는 물론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민영 방송국도 압박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6월 인도 중앙수사국(CBI)을 통해 유력 민영방송사 NDTV 설립자의 자택과 사무실을 비리혐의로 압수수색해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