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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히…문열고 에어컨 ‘빵빵’…오늘도 명동거리는 ‘개문냉방’
“문 닫고 장사하라고요? 손님들 그냥 다 지나가란 말이랑 다를게 없어요. 안그래도 장사 안되는데.”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장마가 지나간 후 찾아온 무더위로 오전부터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이곳을 찾는 내ㆍ외국인들로 인해 붐비는 모습이었다.

이곳에 위치한 가게 대부분은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지나가는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져 가게 앞을 지나친 기자조차 가게에서 냉기를 느낄 정도로 각 점포들은 에어컨을 한껏 가동하고 있었다.

화장품 가게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한결같이 전면 유리문을 활짝 열어둔 채 영업하고 있었다. ‘에어커튼(건물 입구 위에서 아래로 강한 바람을 쏘아 매장 안팎의 공기 흐름을 차단하는 기구)’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매장은 거의 없었다. 유창한 외국어로 외국인 관광객의 이목을 끌고 있던 한 화장품 가게 점원 A 씨는 “문 안열고 호객행위하면 손님들이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라며 “행인들도 지나는 길에 조금이라도 찬바람을 쐬니 더 좋지 않냐”고 말했다.

신발가게들은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심지어 1층과 2층이 연결된 전면 유리를 모두 열어제친 채 영업하는 곳도 있었다. 점원 B 씨는 “한 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 어떻게 영업을 할 수 있나. 매장의 콘셉트도 있고 손님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매장 전면을 최대한 개방한 채 운영하고 있다”며 “단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특별 단속기간에만 신경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주요상권에서 냉방영업 실태를 점검 중이다. 정부는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가 시행된 이후 개문냉방으로 단속되면 처음에 경고로 그치지만, 두 번째부터는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정부에 따르면 개문냉방 시 에너지 소모량이 3~4배 증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상인들은 불만이 많다.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지난해에도 단속을 한다고 해서 며칠 문을 닫았더니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정부의 말은 문 닫고 냉방을 하거나 문 열고 영업하려면 냉방을 하지 말라는 건데, 어떤 것을 선택해도 장사를 그만두는 결과로 가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말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D 씨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부 지침을 따르고 싶지만, 당장 매출을 확인하면 문을 열고 영업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상인 모두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산자부와 서울 중구청 등 당국이 현장 점검에 나섰던 18~19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가게들은 개문냉방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효과도 이때 뿐이란게 지역 상인들의 설명이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여름마다 반복되는 문제지만 정부에서 과태료 부과 등의 공고가 떨어져야 본격적인 단속 등에 나설 수 있다보니 평소엔 홍보나 계도를 통해 협조를 구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윤·박로명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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