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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데 한국음식이 없네요~”…국적불명 음식에 외국인들 실망
우리맛 사라진 명동 현주소

지난 16일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태국인 관광객 남캉(26ㆍ여) 씨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대표 관광명소란 문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명동 모습 때문이다.

특히 실망스러운 것은 먹거리였다. 전통 있는 관광지인 만큼 한국적인 먹거리가 가득하길 바랐으나 길가에는 국적불명 음식들 뿐이었다. 남캉 씨는 “명동이 유명하다고 해 가장 먼저 찾았는데 딱히 이곳만의 특색이 뭔지 모르겠다”며 “친숙한 음식들에 치즈만 얹고선 너무 비싸게 파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화장품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몰라도, 내 주변 친구들에겐 (명동을)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명동이 ‘우리 맛’을 잃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에 따르면 현재 명동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는 노점 수는 220개다. 이 날 명동을 둘러보니 이들 가운데 70~80% 이상은 크로와상, 스테이크, 치즈를 얹은 가리비와 로브스터 구이, 터키 아이스크림 등 해외 혹은 국적 불명의 먹거리를 판매했다.

명동은 대다수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서울의 첫 인상’이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이란 본래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욕구로 시작되는 것”이라며 “첫 방문지부터 한국만의 추억을 심어줄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유 음식이 외국인 관광객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대만과 태국 등의 야시장이다. 고유 음식들을 개별 입맛에 따라 변형하고 휴대하기 쉽게 만든 덕에 두 나라는 개성있는 ‘식도락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다국적 음식으론 우리나라만의 신비감과 개성을 전해주긴 어렵다”며 “이는 결국 재방문율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점들도 할말은 있다. 노점상 A 씨는 “떡볶이와 김밥 등 우리 음식들은 호불호가 강해 내놓기가 힘들다”며 “시장 논리에 입각, 장사만 잘 되면 상관없다는 게 상인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했다. 노점상 B 씨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눈에 띄고, 더 자극적인 음식을 들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에 “지금도 중요하지만, 명동의 미래도 생각해야 할 시기”라며 “명동이 지금 특색을 모두 잃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상업지구로 변한다면 상인들은 물론 서울시에도 큰 손실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유 음식을 먹기 좋고 깔끔한 모습으로 바꾸기 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명동관광특구협의회 등 관련기관과 상인들이 모여 의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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