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쌈’ 송하윤 “설희가 떨어질까봐 꾹꾹 눌러담아 놓고 싶어요”
-종영 KBS ‘쌈, 마이웨이’
백설희役 송하윤
-현실적 캐릭터로
13년만에 유명세
-“사랑에 올인하는 모습
실제 내 성격과 비슷”


배우 송하윤(31)의 데뷔작은 2005년 8부작인 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이다. 그는 태릉선수촌에 모여있는 엘리트 체육인들의 운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다룬 이 드라마에서 체조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을 당한 후 재기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 때의 이름은 송하윤이 아닌 김별이었다.

이 때만 해도 송하윤은 승승장구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이름을 부각시키는 데에는 의외로 오래 걸렸다. 최근 종영한 KBS ‘쌈, 마이웨이’에서 현실적인 캐릭터 백설희가 큰 호응를 얻어 13년만에 유명해졌다.

최근 종영한 KBS ‘쌈, 마이웨이’에서 송하윤은 현실적인 캐릭터 백설희 역을 맡아 큰 호응를 얻으며 13년만에 유명해졌다.

“저는 송하윤이라는 제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제 이름 알리려고 연기하는 건 아니니까요. ‘내딸 금사월’의 오월이, ‘쌈 마미웨이’의 설희로 불려지는 게 더 좋아요. 송하윤보다 순간 역할이 더 잘보였다는 말이 가장 좋아요.”

송하윤은 그렇게 13년간 연기생활을 하면서 내공을 다져왔다. 비중이 큰 역할이 아니어도 캐릭터에 빠져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이번에 설희라는 캐릭터와, 김주만(안재홍)-백설희(송하윤) 커플 이야기가 특별한 장치 없이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연기 이력에 힘입은 바 크다.

“저도 극중 설희처럼 끊임 없이 좌절하고 울기도 많이 했어요. 한 작품이 끝난다는 게 한 인생이 끝나는 건데, 그 때마다 성격이 바뀌더라고요. 갈수록 좋은 선배님을 많이 만나 영향을 받았어요.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내려놓을수록 작은 행복이 크게 느껴진다는 걸 20대 중반쯤에 깨달았어요.”

송하윤에게 설희라는 캐릭터는 각별하다. ‘인생캐(릭터)’라고 할 정도로 역대급 캐릭터다. 설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친구 주만에게 헌신적이며, 사랑에 웃고 우는 이웃집 여성이다.

“작품이 끝나면 항상 공허하고 외로웠어요. 캐릭터로 감정을 많이 쓰는데, 송하윤으로는 아무 감정이 없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설희때는 나와 캐릭터가 분리된 적이 없어요. 신기한 경험이죠. 작품이 끝나면 감정을 많이 써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번에는 내가 나한테 만든 숙제를 잘 풀었다, 그래서 다음 번에도 잘 만나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작품이 끝나면 여행을 가던지 해서 캐릭터를 훌훌 털어버리고 싶곤 했는데, 이번에는 달라요. 설희가 떨어질까봐 꾹꾹 눌러담아놓고 싶어요.”

그렇다면 설희는 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을까? 설희는 우리 주위에 있을법한 현실적 인물이며, 주만-설희 커플은 ‘현실 연인’으로 시청자에게 공감을 선물했다.

“저도 설희로 살면서 시청자분들이 왜 아파하고, 화도 내실까를 생각해봤어요. 아마 설희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픔과 슬픔을 떠올린 게 아닐까요. 지난 시절 아픔이 설희의 아픔과 비슷한 게 있을 거에요. 그때 외면했던 슬픔을 설희를 통해 떠올리며 감정이입하며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저도 3개월간 설희로 살면서 어떤 기교의 연기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화보다 더 큰 대화는 눈을 보면서 하는 교감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사실 설희와 송하윤은 비슷한 게 많다.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 동안 지인들이 송하윤에게 “너랑 비슷하다”고 보낸 문자를 많이 받았다. 사랑에 올인하는 모습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했다.

설희와 주만은 6년간 사귄 사내커플이지만, 인턴 장예진(표예진)이 주만을 좋아하면서, 이들의 관계에도 균열이 간 적이 있다. 주만도 자신에게 돌진하는 직진녀 장예진에게 잠시나마 흔들릴 수도 있었다.

“주만이가 바람을 폈다기 보다는 장예진에게서 과거 백설희를 본 것이죠. 주만은 설희가 지겨워진 게 아니고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 것이죠.”

그것 때문에 설희는 주만과 한때 결별을 선언했다. 그래서 남자와 최소한의 밀당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해봤다.

“그건 다 다르지 않나요. 사랑에 정답이 없으니까요. 누가 그러더라요. 실제로 송하윤이라면 주만을 다시 받아주겠느냐고요. 그런 생각은 안해봤어요. 설희는 주만과 절대 안 헤어져요.”

주만을 연기한 안재홍과는 동갑이라 반말도 섞어가며 촬영했다고 한다. “편안함 반, 어려움 반이었어요. 예민한 감정선을 연기하다보니 서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설희의 엄마로 나온 ‘설희네 왕족발’ 사장님인 금복(이정은)은 가장 현실적인 우리네 엄마 같았다. 가난하지만 자식들 기죽는 게 싫어 억척스럽게 살아온 엄마다. 송하윤은 “엄마와는 현장에서 눈도 못마주쳤어요. 처음부터 짠한 장면이 많아 터치만 하면 울어 버리게 되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송하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를 하는 게 행복이라고 했다.작품이 끝날 때마다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송하윤은 “저를 위해 시간을 사용해준 분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선물하는 게 중요합니다. 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좀 더 성숙하게 생각하고 정신을 다스려 작품을 선택하겠습니다. 연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지만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