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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역’에서 빚 떠안고 쫓겨나는 업체들…부산시, 갑질논란 ‘코레일유통’ 조사요청
-“매출 높아질수록 임대료 상승, 업체만 피해”

-코레일유통 뉴욕보다 비싼 임대료로 매출강제?

-‘삼진어묵’ 권리금 못받고 부산역 2층매장 포기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부산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부산역에서 선물용으로 즐겨 찾던 ‘삼진어묵’. 최근 부산역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이 어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부산시는 최근 지역업체를 상대로 갑질논란에 빠진 코레일유통㈜을 조사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코레일유통의 부산역내 상가 임차방식과 관련한 불공정 계약에 따른 지역업체 피해사례를 조사해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의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사진은 부산역 2층 상가구조.

부산시는 최근 지역업체를 상대로한 갑질논란에 휩싸인 코레일유통㈜을 조사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코레일유통의 역내 상가 임차방식과 관련한 불공정 계약에 따른 지역업체 피해사례를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전국 기차역내의 상가는 대부분 코레일유통에 의해 입찰방식으로 임대가 이뤄진다.

코레일유통의 임차료 산정방식은 독특하다. 매출액에서 종합원가(제품 또는 상품원가, 인건비, 이윤, 경비 등 일체)를 차감한 금액을 ‘수수료율’로 정하고, 입찰시 제출한 제안매출액보다 매출액이 높게 나오면 그에 따른 수수료율을 적용해 임차료를 받는다. 하지만 제안매출액의 90% 이하로 매출이 떨어져도 최저매출액의 90%를 기준으로 적용해 지나치게 높은 임차료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최저매출액이 월 1억원이고 종합원가율이 75%(수수료율 25%)인 경우, 실제 월매출액이 1억2000만원이면 해당월의 임차료는 1억2000만원x(1-0.75)를 계산해 3000만원으로 임차료를 높여받지만,월매출액이 반토막인 5000만원인 경우 해당월의 임차료는 1억원x0.9x(1-0.75)으로 2250만원을 받는 것이다. 매출이 떨어져도 코레일유통은 타격이 거의 없는 반면, 업체는 정상매출때와 별 다를 바 없는 임차료를 내는 구조인 것이다.

국내 백화점의 경우에도, 임차료를 정액제로 받거나 매출액과 연동해 수수료율로 받는 경우는 있지만, 이런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삼진어묵은 지난 5월31일로 부산역 2층 지역특산품 판매시설에서 철수하고, 공방형태인 1층만 운영하고 있다. 삼진어묵측은 자신들이 입점하기 전에는 2층 매장의 매출액이 1억원대였으나, 입점 이후 코레일유통측이 최대 15억원대까지 최저매출액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임대료도 4000만원대에서 무려 2억원대로 폭등했다. 하지만 2016년 1월을 기점으로 매출액이 10%씩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업체측은 제안매출액과 수수료율을 정상화해 줄 것은 요청했다.

지난 연말과 올해로 이어진 재입찰과정에서 삼진어묵측은 매출감소 추세를 반영해 최저매출액을 10억원으로 제안했지만, 코레일유통이 최저매출액을 12억8000만원에 수수료율 25%를 요구해 결국 이 매장은 서울의 한 어묵업체로 사업자가 변경됐다.

인터뷰를 꺼리던 삼진어묵측 관계자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향후 5년간 매출추세를 예상해 볼때 위험부담이 너무 커 코레일유통측의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며 “소상공인들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상 단점을 보완하고, 보다 합리적인 계약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착잡해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삼진어묵측의 권리금 보전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가 임차인과 재계약 또는 재입찰시 중소 입점업체의 노력으로 증가된 가치를 인정해 배분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매출이 상승되면 상승되는 것 만큼 최소 매출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중소 입점업체의 기여분을 가로채고,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부산시의 설명이다.

최저매출액 제안 입찰에 대해 코레일유통측은 “입찰 시 지나치게 높은 매출을 제시한 사업자가 선정되는 것을 방지하고, 임대사업자에게 매출액에 대한 책임을 부여해 보다 신뢰성 있는 입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며 “결코 매출강요나 위약벌 형태의 계약은 아니다” 해명했다.

부산시가 조사한 피해사례는 더 있었다.

A업체의 경우, 2010년부터 7개월간 목표 매출액 미달에 따른 수수료지급과 폐점에 따른 투자비용 미회수 등으로 약 1억원 이상 피해를 입었다. 2009년 입점한 B업체는 2014년 2월 2층으로 이전후, 코레일측에서 최저매출액을 높게 책정하는 바람에 목표 매출액 미달에 따라 2015년 3월 폐점까지 수수료, 투자금 등 1억3000만원의 피해를 입기도했다.

한 피해업체 관계자는 “코레일유통측이 하루하루 매출 상황을 관리하면서 입점업체들은 아예 수익을 가져가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이번 공정위 조사를 통해 코레일유통의 갑질행태가 보다 명확하게 밝혀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최저매출액 기준의 임대차계약방식은 ‘판매목표강제’처럼 코레일유통이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이행과정에서 임차업체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코레일유통이 입찰과정에서 제시한 최저매출액 12억8000만원에 25%의 수수료를 월 임차료로 계산시 월 2억8800만원으로 세계최고 임대료 수준인 미국 뉴욕 5에비뉴(세계1위)보다 20%가 높은 수준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 수준인 명동(세계 8위)의 4배에 해당한다고 부산시는 밝히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레일유통의 입찰방식은 다수의 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구조로 입찰방식의 개선 등 재발방지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최저 매출액기준 삭제, 권리금 인정제도, 지역적 특색을 살려 일정비율 이상의 점포에 대하여는 지역제한 입찰 방식을 도입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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