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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 진상규명 미적미적…피해입증은 소비자 몫?
국내소비자 美식품회사에 승소
대법 “소비자 완벽입증 어렵다”


강모(44) 씨는 2012년 3월 초콜릿을 먹다가 돌을 씹어 이가 깨지고 턱 근육이 손상됐다며 미국 초콜릿 회사 M사 한국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까지 간 끝에 2015년 인천지법은 M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강 씨에게 약 10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3년 간의 공방을 벌인 강 씨는 미국계 거대기업에 승소하면서 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M사는 모든 제조과정이 전자동시스템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돌이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M사의 입증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작년 9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은 A양이 병실에 누워 있는 모습.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황다연 변호사 제공]

M사가 미국 제조사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강 씨가 씹은 이물질은 실제 돌로 밝혀졌다. 재판에선 그 돌이 초콜릿에서 나온 게 맞는지, 제조공정상 돌이 들어갈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강 씨가 돌을 씹게 됐는지가 쟁점이 됐다. M사는 돌이 초콜릿에 들어가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자사 제품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돌이 초콜릿에 유입될 가능성을 밝혀달라는 보험사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상을 밝히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모든 입증 책임을 떠넘기면서 강 씨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재판부는 “M사가 반대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이상 초콜릿에 혼입된 이물질에 의해 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해 사실과 기업의 배상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강 씨의 사례처럼 식품 사고의 경우 소비자는 해당 식품으로 인해 증상이 생겼음을 증명해내야 한다.

그러나 입증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는 대부분 상대 기업이 가지고 있다. 소비자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기업이 자료 제출이나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 소송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번에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A양(4)의 어머니 최은주 씨도 “CCTV 제공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결국 최 씨 측은 법원에 매장 CCTV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대신 제조업자에게도 엄밀한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측이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의 주장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 이유에 대해 “생산과정을 전문가인 제조업자만 알 수 있고,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과 손해발생 간 인과관계를 과학적,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현일 기자/j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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