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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찜통 트럭 속 90여 명, 울부짖으며 물 찾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던 이민자 10명이 냉방장치 없는 트럭에서 사망한 가운데, 생존자 및 관계자 증언을 통해 당시 참상이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州) 러레이도에서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신 불법 이민자를 90명 넘게 태운 트럭은 냉방 시스템은 커녕 통풍구 4개 마저 막혀있던 상태였다. 22일(현지시간) 당시 텍사스 남부의 최고 기온은 섭씨 38도에 이르렀고, 트럭 짐칸은 금세 오븐처럼 달궈졌다. 이 가운데 트럭에 탄 90여 명이 벽에 있는 숨구멍 하나에 의지했다. 물을 찾는 울부짖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사진제공=AP]

‘죽음의 트럭’에 탑승했던 27세 멕시코 노동자 아다 라라 베가는 병원으로 실려온 뒤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AP통신에 당초 밀입국 알선 조직에 5500달러를 내면 에어컨이 장착된 트럭을 타게 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통풍구 하나 제대로 뚫려있지 않은 검정색 금속 트랙터에 올라타게 됐다. 그는 “트럭에 탄 뒤 한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울면서 물을 찾았다. 나도 땀을 흘렸고 모두가 절망적이었다. 결국 의식을 잃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미국 입국 시도였다고 밝혔다. 3년 전 재판을 받고 멕시코로 추방됐지만, 부인과 각각 4살, 3살인 딸, 아들과 함께 살면서 생계를 위해 다시 미국 입국을 시도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미 이민세관국(ICE)의 토마스 호먼 국장대행은 이날 성명에서 “범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 밀수업자들은 숨막힐 듯한 텍사스의 여름 열기로 가득한 트랙터 트레일러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밀어넣었다. 그 결과 10명의 사망자와 2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새벽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35번 도로변 월마트 주차장에서는 정차된 트레일러에서 시신 8구가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 2명도 숨져 총 사망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섭씨 38도의 폭염 속에 트럭 내부 온도가 섭씨 78도까지 치솟으면서 호흡곤란, 뇌손상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체포된 트레일러 운전사 제임스 매슈 브래들리 주니어(60)는 인신매매 등 혐의로 기소됐다. CNN 등 언론은 종신형 또는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운전사는 최소 1명이 사망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즉각 신고하지 않았다. 트럭의 냉방 장치와 4개 통풍구 모두 작동하지 않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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