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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음운전 막으려면 ‘요금인상’은 필수
-졸음운전 사고, 과도한 노동시간이 원인
-적정 인력 추가 채용...안전에 방점 둔 대중교통 정책 권고


[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졸음 운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어지면서 최근 이에 대한 대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졸음 운전은 단순히 운전기사의 개인 과실 이전에 열악한 근로여건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정부 또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휴식시간 확대 등의 보완책을 마련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버스 운전자의 휴식시간을 연장하는 방식의 근로기준법 개정이 졸음 운전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다만 휴식시간의 연장을 위해 추가적인 운전기사 고용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대중교통 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보고서는 국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선진국 수준의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강행규정으로 1주 40시간, 1일 8시간의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설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연장근로가 가능한 시간도 일정한 요건(당사자간 합의) 아래에서 1주 12시간이 상한이다.

문제는 버스기사 등 여객자동차 업종이 근로기준법 제59조의 특례 업종으로 지정돼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규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 특성상 필요’라는 이유로 특례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에 대한 세부 법령이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근로기준법에서 운수업 종사자의 근로시간에 대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구체적인 근로시간 등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해외 선진국의 경우,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돼 있다. 유럽의 경우, 주당 최대 근로시간 규정인 Article 4(Maximum weekly working time)에 따라 운전자의 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주(월요일 0시~일요일 24시)당 48시간을 초과해선 안 된다. 단, 4개월 동안 주당 평균 48시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주간 최대 근로시간은 60시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민주당과 정부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졸음운전 대책 관련 당ㆍ정협의를 개최했다.

휴식시간 규정은 Article 5(Breaks)에서 규정하는데, 운전자의 연속 근로시간이 6시간을 초과해서는 안되고, 6~9시간의 근로를 하는 경우 최소 30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명문화됐다. 또 9시간 이상의 근로를 하는 경우 45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제공한다.

일본은 ‘노동기준법’에서 모든 업종의 근로시간 등에 대해 규정하지 못해 특정 업종별 근로·휴식시간 등에 대해 후생노동부 고시로 규정하고 있다.

버스운전자 근로시간은 ‘자동차 운전자의 노동시간 등의 개선에 관한 기준‘에서 다루는데, 버스 운전자의 1일 최대 운전시간은 2일(업무시작 시각부터 기산하여 48시간) 평균해 9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4주의 평균을 낸 1주일 운전시간은 원칙적으로 40시간 이하로 제한된다.

노사협정이 체결된 전세버스의 경우, 52주 간의 운전시간이 208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52주간 중 16주간까지는 4주간을 평균한 1주일 운전시간을 44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휴식시간은 4시간 이하의 운전 직후에 운전을 중단하고,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단, 30분의 휴식은 나누어 쉴 수 있는데 1회에 10분 이상의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유럽과 일본 사례 외에도 미국, 영국, 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교통안전과 근로여건 향상을 위해 여객자동차 운전자의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휴식시간 확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국가 별로 세부적 기준은 다르지만, 여러 나라에서 단순히 1일 근로시간 뿐 아니라 운전시간과 근로시간을 세분한다. 주나 월 단위의 근로시간을 규정하는 등 엄격하고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 버스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규정 마련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보고서는 운수업 등 근로시간 특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버스 운수업 종사자들의 근로는 법정 근로시간 초과, 단체교섭에 의한 근로시간 단축의 한계, 근로시간 산정, 교통사고와 연결될 수 있는 장시간 근로 등이 쟁점이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근로·휴게시간 특례제도는 장시간 근로의 주요 원인의 하나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대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방안의 하나로 여러 법률안에 포함됐는데 특례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과 특례제도를 유지하되 10개 업종으로 축소하는 방안 등으로 나뉜다.

입법과정에서의 논의를 보면, 대체로 특례 업종을 축소하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절충적 방안으로 특례 유지 업종에 대한 다른 별도의 연장근로 상한(1주 60시간 등)을 설정하거나 특례업종에 있어서 11시간의 최소 휴식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한편, 이와 별개로 교통요금 인상의 가능성도 내재돼 있다. 전문가들은 졸음 운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사용자들도 일정 정도의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운전자가 추가로 필요해 인건비가 증가될 수 있다. 또 근로시간 조정에 따라 운전자의 수당 등 임금이 감소하면 운전자의 처우가 열악해지고, 노사 간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

운전기사의 확대로 추가되는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의 문제도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정부나 해당 사업자의 부담도 일부 필요하지만, 결국 여객자동차의 요금 인상과 소비자의 부담 증가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agamo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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