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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중압감에 투신자살한 공사 현장소장 ‘업무상 재해’ 인정
-업무 변화·과중한 업무량에 정신이상 증세까지
-法 “정신적 압박감과 망상에 가까운 죄책감 시달려”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유진현)는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2013년 11월부터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이 씨는 2014년 2월 회사 기숙사에서 투신해 숨졌다. 사망 당일 현장에서 고압케이블 피복이 벗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게 화근이 됐다. 본래 전기설비 하청업체에서 감리를 맡았던 그는 공사 업체로 이직해 현장 업무를 책임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터였다.


이 씨는 공사계획 수립, 인력배치, 발주처와 업무 협의 등 현장 업무를 총괄하며 주변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원청의 잦은 설계변경 및 호출로 현장업무가 마비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혹여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반면 현장 인력은 부족해 계속 증원을 요청했으나 충원되지 않았다. 견디다 못해 사표를 냈지만 2월까지만 근무해달라는 사측의 부탁에 업무를 이어갔다.

중압감에 시달리던 이 씨는 몸무게가 급격히 감소했고 정신적인 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는 혼잣말을 하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등 횡설수설했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사망 직전 이 씨는 아내에게 ‘나 때문에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 ‘(사고로) 구속이 될 것 같다’는 등 망상에 가까운 죄책감을 드러냈다. 사고를 잘 수습했다는 동료들의 말도 소용없었다. 결국 그는 기숙사 건물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났다.

이에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은 ‘이 씨의 사망은 개인의 정신적 성향에 의한 자살로 보이고 업무와 관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절했고, 유족은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씨는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사고의 객관적인 경중과 관계없이 매우 심각한 수준의 정신적 압박감과 망상에 가까운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이 씨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사망에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해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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