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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판청구 남발’에 헌재 몸살…상반기 사건 87% ‘각하’
4년간 580여건 헌법소원 사례도
인력 낭비 속 뾰족한 대책 없어


헌법재판소가 남발되는 심판 청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헌재가 집계한 올 상반기 사건 현황을 보면 처리된 사건 수는 1207 건이다. 이 중 위헌 결정이 2건, 합헌 37건, 인용 15건, 기각 78건이었고 취하된 사건은 14건이었다. 나머지 1061건은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87%가 무의미한 사건인 셈이다.

헌재에 사건이 접수되면 곧바로 재판관 9명이 심리하는 게 아니라 1차적으로 3명의 재판부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각하 여부를 검토한다.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이미 결정이 내려진 사안인데 형식만 달리한 사안인 경우, 혹은 최근 선례가 있어 기각할 게 명백한 경우는 굳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

헌재가 인터넷을 통해 사건을 접수하기 시작한 이후 사건은 꾸준히 증가했고, 헌법소원을 남발하는 사례도 그만큼 많아졌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2007~2011년 무려 580여 건의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 기간 중 김 전 교수가 낸 헌법소원은 모두 각하됐다.

문제는 의미있는 사건에 집중해야 할 헌재 인력이 낭비된다는 점에 있다.

지정재판부에 소속된 연구관들은 물론 재판관들도 일일이 기록을 검토해 인용 가능성이 없는 사건을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해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헌법소원 사건 특성상 국선대리인 보수가 낭비되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헌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 소송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이상 사건의 진정성을 담보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에는 사건 청구인에게 일정 금액을 내도록 하고 나중에 돌려주는 ‘공탁금’ 규정을 뒀지만, 국민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 때문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는 국선대리인을 지정하지 않거나 지정재판부 운용을 바꾸는 방안도 거론된다. 학계에서는 지정재판부 운용을 현행 3명이 아닌 4명으로 바꾸자는 대안도 거론된다. 재판관 4명이 각하 의견을 낸다면 9인 재판부로 사건이 넘어가더라도 위헌결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최소한 지정재판부를 통과한 사건이 전원재판부에서 각하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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