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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보 틀리고 특보 늦고…기상청 “어찌하오리까” 울상
변수 많은 지형에 이상현상 겹쳐
신출귀몰 서해 비구름 못 따라가
“한반도 기상예측 힘들다” 하소연
수해지역선 “비 온 뒤 특보” 분통


2주 전 최악의 폭우 피해를 겪었던 충북 지역에 또 다시 물폭탄이 쏟아졌다. 200㎜가 넘는 폭우 피해에 곳곳에서 침수 피해를 겪었지만, 정작 위험을 알려주는 호우특보는 이번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나서 발령됐다. 잇따른 예보 실패에 기상청은 “이상 현상으로 정확한 예보가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수해 지역에서는 ‘특보가 폭우보다 늦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1일 경기 안성에 194.5㎜의 비가 내렸다. 뒤이어 평택에도 151㎜의 폭우가 쏟아졌다. 얼마 전 최악의 비 피해를 겪었던 충주, 음성도 각각 89.5㎜, 76.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날 기상청은 오전 5시20분부터 경기 화성과 평택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했다. 30분 뒤인 오전 5시50분에는 호우주의보가 경기 남부 지역 전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경기 안성 지역은 오전 6시께부터 시간당 30㎜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호우주의보를 무색케 했다. 사실상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특보가 발령된 셈이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호우주의보는 6시간 강수량이 70㎜ 이상일 때 발령된다, 강수량이 110㎜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될 때는 경보로 격상된다. 특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클 때는 예비특보로 일찍 위험을 알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 안성에는 오전 7시25분에서야 호우주의보가 경보로 격상됐다. 이미 50㎜ 이상의 비가 내린 뒤였고, 시민들은 대비할 틈조차 없었다.

사정은 폭우가 쏟아진 중부지방 대부분이 비슷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나서 발령된 호우특보 탓에 주민들은 “전날까지 이런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를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기상청은 비가 내리기 직전인 이날 오전 4시 10분에도 “중부지방에 20~70㎜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을 뿐, 호우 예비특보 등은 발령하지 않았다.

예보를 빗나간 기록적인 폭우에 대해 기상청은 “제9호 태풍 ‘네삿’이 중국 남부지방에서 소멸되며 서해에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몰고 왔다”며 “예상보다 큰 비구름이 형성되면서 많은 비를 서쪽 지방에 뿌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기상 레이더를 통해 갑작스럽게 커진 비구름을 확인했고, 분석 직후 호우특보를 발령하게 됐다”고 했다.

기상청의 예보를 벗어난 폭우에 비 피해가 속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주 전 충북지역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도 기상청은 당일 새벽까지만 하더라도 ‘80㎜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시간당 9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며 일 강수량만 290.1㎜를 기록했다. 호우특보도 비가 내리기 시작한 뒤에 발령됐다. 지난주 수도권에 내린 폭우 때도 기상청은 ‘흐리고 한때 비’라는 예보를 내놨다 서울에만 135.5㎜의 폭우가 쏟아져 ‘오보’ 논란에 시달렸다.

잇따른 오보 논란에 기상청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반복되고 있는 이상 현상에 변수가 많은 한반도 지형 특성상 예보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기상청의 전지구모형 예측도는 유럽이나 일본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올해 기상청의 강수 유무 예보 정확도도 지난 5월까지 평균 94%를 넘는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예상을 엇나가는 폭우가 쏟아져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은데다 이상 현상이 반복되며 특보가 늦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폭우처럼 갑작스레 서해에서 비구름이 커지는 경우에는 순식간에 한반도에 비를 내리는 경우가 많아 이른 예보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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