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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과 현실, 그 얇은 차이…이배경 개인전
아트사이드 갤러리, 8월 2일~20일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텅빈 전시 공간. 스마트폰을 통해서 보니 빈 공간에는 정육면체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서로 부딪히다, 벽면에 튕겨지며 자유롭게 떠다니는 이들은 스마트폰의 ‘창’안에서만 존재한다. 실제 전시장엔 아무것도 없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작품은 중견 미디어 작가 이배경(48)의 ‘무중력 공간(Zero gravity space)’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는 8월 2일부터 이배경 개인전 ‘공간 & 상념, 시간’을 개최한다. 중앙대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미디어 예술대학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이배경은 지난 10여년동안 미디어를 활용해 시간, 공간, 몸이라는 주제로 각 요소들의 접점과 상관관계에 대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에는 시간과 공간, 감각의 확장을 개념으로 신작 3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섰는데 작품이 하나도 없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니 AR로 구현된 작품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이배경, Zero gravity space, 2017. [사진제공=아트사이드갤러리]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우리는 이미 가상공간에 익숙해져있다. 채팅방, 카톡방 등 고민없이 받아들이는 가상공간이 상당한데, 이 작품을 통해 공간과 시간에 대해 편안하게 상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 앞에서면 수많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1층 전시장에 자리한 ‘무중력 공간’은 스마트폰으로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신기함도 잠시, 현존하는 공간과 가상의 세계에서 존재한 공간의 관계는 무엇인지, 현실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에 의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철학적 고민까지 떠오른다. 

이배경, 공간-zero gravity space, 2017. [사진제공=아트사이드갤러리]

그런가하면 지하 1층 전시장 벽면위에 투사되는 ‘공간-무중력공간(Zero gravity space)’은 전시장공간을 400배 확장한 가상공간이다. 전시공간과 연결되는 듯한 가상공간엔 마찬가지로 정육면체들이 부유한다. 이들이 움직일때마다 바람소리가 귀를 울리며 실재감이 극대화 된다. 이 작가는 “바람소리도 프로그램으로 만든 소리예요. 실제 바람소리를 채집하면 다른 소리들이 섞여 지저분하고 바람소리 같지 않습니다”고 했다.

가상세계는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로 우리 현실과는 괴리된 것 같지만, 사실은 이렇게 가깝다. 인공의 소리를 바람이라고 인식하고 자연의 소리를 지저분하다고 느낄만큼. 전시는 8월 2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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