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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버스만 장시간 근무 제외, 왜 우리는…” 택시기사의 설움
-졸음운전 사고 등 버스는 근로법 특례업종 제외
-“사납금 채우려면 12시간 운전 불가피” 진퇴양난
-택시노조 반발…“기사ㆍ승객 사고 위험 노출”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6년째 법인택시를 모는 김모(61) 씨는 오전 7시 30분부터 운전대를 잡는다. 1일 2교대로 하루 12시간을 꼬박 운전하는 김 씨는 점심시간 이후부턴 피로감을 느끼기 일쑤다. 졸음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쉴 틈이 없다.

김 씨는 “임금협정서에 적힌대로 6시간30분만 일하면 절대 사납금 못 채운다.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쉬지 않고 일해야 겨우 사납금을 채운다”며 “버스는 특례업종 조항에서 빠졌는데 똑같이 승객 태우고 장시간 운전하는 우리는 왜 빠져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또 다른 법인택시 기사 이모(65) 씨도 근로계약서대로 일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씨는 “근로시간을 정해 놓은 것은 의미가 없다. 사납금 12만7000원을 채우려면 최소한 12시간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사납금, 세금 등 다 떼고나면 130~140만원 벌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특례법과 사납급 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열악한 노동 강도가 개선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헤럴드경제DB]

버스와 달리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으로 여전히 남게 된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선버스업을 근로기준법 59조상 특례업종에서 제외키로 잠정 합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1주당 52시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59조 특례법에 따라 육상운송업, 소매업 등 26개 업종은 노사합의가 있으면 법정 근로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됐다. 최근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대형 버스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버스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됐지만 택시는 그대로 남은 것이다.

국회의 이같은 결정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은 크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국회가 사업자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택시현실을 묵인방조하고 있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번의 사고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면 노동시간특례에서 제외해주고, 매년 여러번 사고로 수많은 인사사고가 발생하는 택시는 노동시간특례악법을 계속 적용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것인가?”라며 특례업종을 지정한 근로기준법 제59조의 폐기를 촉구했다.

택시노조에 따르면 택시 노동자들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지난 2014년 기준 1일 2교대인 서울이 233.7시간, 1일 1차제인 대구가 283.2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선 서울 기사는 8.2시간, 대구 기사는 9.7시간이 필요했지만 임금협정서에 적혀진 임금지급시간은 서울이 6.6~7.3시간, 대구는 6시간에 불과했다.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협정서에 임금지급시간을 정해놓았지만 실제 노동시간이나 사납금 소요시간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어 있는 탓에 기사들이 장시간 근무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택시의 장시간 운전이 교통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택시노조에 따르면 법인택시의 사고율은 2001년보다 2013년 3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내버스는 사고율이 48%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고령운전자에 한해선 자격시험을 치도록 하는 ‘삼진아웃제도’까지 도입하며 택시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역행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안전과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특례업종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례업종을 지정한 59조를 원천 폐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되지만 갑작스런 조항 폐기로 해당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철저한 실태 파악을 통해 단계적으로 특례업종 지정이 적절한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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