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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무리되는 이재용 재판②] ‘반전에 반전’ 53차례 열린 재판 돌아보니
-지난 4월 7일 첫 재판 4개월만인 7일 결심공판
-재판부 두 번 교체, 증인 60명 출석 반전드라마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결심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높은 관심만큼 극적 요소가 많았다. 대통령 탄핵으로 귀결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국내 최대 기업의 오너 일가가 재판을 받는다는 것 외에도 수시로 뒤집히는 증거와 증언, 특검측과 변호인단측의 치열한 공방 등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월17일 433억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돼 같은 달 28일 기소됐다. 3월엔 세차례 공판준비기일(재판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미리 쟁점사항과 증거조사방법 등을 논의하는 절차)을 거쳤고, 4월7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이 부회장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매주 평균 2.9회씩 이달 4일까지 총 52번의 재판을 열었다. 쟁점이 첨예해 자정을 넘기는 날도 많았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가 넘은 날 재판정 에어컨이 고장나 찜통 더위속에 치러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씨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지원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를 밝히기 위해 청와대, 국민연금공단,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마사회, 승마협회 등 관계자를 법정에 불렀다. 양측이 재판과정에서 부른 증인은 60명이나 됐다. 지난 2일 50차 공판에 소환됐던 마지막 증인은 박 전 대통령이었다. 특검은 강제구인까지 시도했으나 끝내 거부했다.

재판은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당초 형사합의 21부가 맡기로 했으나 담당인 조의연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한 인물이라는 이유로 재배당이 이뤄졌다. 형사합의 33부가 맡기로 했으나 이번엔 재판을 책임지는 이영훈 부장판사가 한때 최순실 씨 후견으로 활동한 인물의 사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법원은 다시 재판부를 교체했다.

결정적 증언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다. 5월31일 21차 공판에 나온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주요 증언을 뒤집어 특검을 당혹스럽게 했다. 박 전 전무는 삼성측과 최순실 사이를 오가며 승마지원 협상을 한 인물이다. 검찰조사과정에서 “최순실이 독일에서 ‘삼성도 내가 합치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해 특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인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선 최 씨가 ‘삼성’이나 ‘합친다’와 같은 단어를 사용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이 날 공판은 31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인 1일 오전 2시8분까지 무려 16시간 동안 진행됐다.

특검의 끼워 맞추기 수사 의혹은 내내 논란거리였다. 일부 증인들은 자신이 말한 게 아니라 특검이 말한 것을 듣고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한 내용이 조서에 기재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추측에 의한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6월 초 선고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1심 결과는 특검에 힘을 실어줬다. 문 전 장관 재판에서 법원은 복지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움직인 혐의를 인정하고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삼성측이 주장하는 “정부 특혜는 없었다”는 주장에 배치되는 판결이다.

최 씨 딸 정유라 씨가 변호인도 모르게 증인으로 재판정에 깜짝 출석한 것도 화제가 됐다. 정 씨 변호인은 이를 특검의 회유와 출석 강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특검팀은 자의 출석했다고 반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순서대로 재판정에 나와 증언한 것도 화제가 됐다. 39차 공판에 증인으로 등장한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40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신장섭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윈-윈(win-win)’전략이었다며 김 위원장의 진술을 전면 반박했다.

특검은 재판 종반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권 관련 문건 중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또 다른 반전이 될지는 현재까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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