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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님 절 버리지 마세요”…휴가철이 무서운 반려동물
6~7월 되면 유기동물 크게 늘어
대부분 안락사 시키거나 자연사
공장처럼 찍어내는 펫샵 없애야


서울 중랑구에 사는 유승재(27) 씨는 최근 중화동 중랑교 일대를 걷다가 눈에 띄는 한 장면을 마주했다. 누가 봐도 사람 손을 탄 것 같은 강아지가 흙먼지를 뒤집은 쓴 채 있던 것이다. 힘 없이 비틀거려 자칫하면 차에 치일 위험도 있어보였다. 보이는 사람마다 절뚝이며 따라다녔지만 돌아오는 건 잠깐의 동정 뿐이었다. 유 씨는 “원래는 잘 안 보였는데, 휴가철인 지난 달부터 유독 (버려진 강아지들이) 눈에 띈다”며 “주인이 올까 싶어 그 근처만 맴도는 것 같아 딱하다”고 했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유기동물이 급증한다는 말이 이젠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7월 시가 구조한 시내 유기동물은 모두 4981마리다. 이 가운데 6월(910마리), 7월(1006마리) 등 본격 여름 휴가가 시작되는 시기에만 모두 38.4%(1916마리)가 몰렸다.

2월(437마리), 1월(505마리) 등과 비교하면 배 이상 차이나는 숫자다.

이런 현상은 매년 반복 중이다. 지난 2015년 시는 유기동물 모두 8902마리를 구조했는데, 이 중 33.4%(2977마리)는 여름 휴가철인 6~8월에 발견했다. 전년 구조한 유기동물 8648마리 중에서도 31.55%(2729마리)는 6~8월에 데려왔다.

전문가들은 6~8월 시내 유기동물이 느는 게 ▷서울에서 휴가를 가기 전 버리는 행위 ▷서울로 휴가를 와서 버리고 돌아가는 행위 등 두 상황이 모두 급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돌보기가 귀찮고, 병이 들거나 다쳐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 등에서 반려동물과 쉽게 떨어질 수 있는 수단으로 휴가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찾은 유기동물 중 상당수는 안타까운 최후를 맞는다. 시에 따르면 올해에도 전체 구조한 유기동물 4981마리 중 21.56%(1074마리)는 이미 안락사에 처했다. 15.69%(782마리)는 보호 기간 중 시름시름 앓다 자연사했다.

시가 전년부터 유기동물 한 마리당 보호 예산을 10만원에서 16만원으로 늘리고, 보호기간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연장했지만 아직 10마리 중 4마리 꼴로 생명을 잃는 것이다.

이들은 야생성이 없어 새로운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견딘다고 해도 기간 내에 주인이 찾아오는 일이 적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달 초 기준으로도 461마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상당수는 안락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환ㆍ인도율은 올 상반기 기준 25.29%(1260마리)에 불과하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공장처럼 반려동물을 찍어내는 상황이 문제”라며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반려동물을 맞이하기 위한 복잡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기르려면 관련 교육을 의무 이수해야 하는 등 방안도 고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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