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푹푹찌는 도심①]“건방져 보인다?” “멋 부린다?”…직장인, 여전한 ‘선글라스’ 색안경
-“눈 건강에 필수” vs “예의 없어 보여”
-직장인들 눈치 보여 퇴근길 몰래 써
-일부 회사는 규정 바꿔 전면 허용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직장인 이재권(27) 씨는 야근이 잦은 날에는 더워도 꼭 가방을 챙긴다. 바지 주머니 속에 넣기에 선글라스가 너무 클뿐더러 다른 직원들이 볼 때마다 선글라스를 두고 한소리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상사가 다른 직원의 선글라스 착용을 두고 싫은 소리까지 하면서 사무실 내 분위기는 더 어두워졌다.

이 씨는 “평소 눈 건강이 좋지 않아 밖에서는 되도록 선글라스를 쓰고 다닌다”며 “퇴근길에 선글라스를 썼다가 회사 앞에서 동료 직원들을 만났는데, 그 이후부터 ‘멋 부리고 다닌다’는 말이 돌아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내 비즈니스 캐주얼이 확산되면서 직장 내 엄격한 복장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유독 선글라스를 두고선 ‘건방지다’는 이미지 때문에 직장인들이 몰래 착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직장 내 비즈니스 캐주얼이 확산되면서 직장 내 엄격한 복장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유독 선글라스를 두고선 ‘건방지다’는 이미지 때문에 직장인들이 몰래 착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눈 건강을 생각해 선글라스를 찾는 인구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회사 내에서는 선글라스가 ‘사치품’으로 통용되고 있다.

외출 때마다 선글라스를 애용한다는 직장인 박모(33ㆍ여) 씨는 눈 건강 때문이라도 여름철에 선글라스를 꼭 지참한다고 말한다. 박 씨는 “이전 직장은 외국계 회사라 그런지 선글라스에 관대했다”며 “요즘처럼 자외선이 심한 때에는 눈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동 시에 선글라스를 자주 착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도 회사 눈치가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하루는 회사 야유회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했는데, 팀장이 눈 성형수술을 했냐고 물어와 바로 벗었다”며 “한국은 선글라스 쓰는 걸 예의 없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아직 강하게 남은 것 같다”고 했다.

선글라스를 지적하는 상사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한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A(55) 씨는 “출근길 회사 앞을 보면 가끔 어린 직원들이 휴양지에서나 볼 법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들어오는 광경을 보게 된다”며 “다른 거래처 직원을 만날 때 혹시 건방져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잔소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비즈니스 캐주얼이 확산되면서 직장 내 엄격한 복장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유독 선글라스를 두고선 ‘건방지다’는 이미지 때문에 직장인들이 몰래 착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선글라스에 부정적인 시선이 꼭 나이 든 고연차 직장인들만의 생각은 아니다. 한 건설사 과장 이모(36) 씨는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선글라스를 끼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생각한다”면서도 “감독직이 선글라스를 끼고 돌아다니면 현장 반응이 좋지 않은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예의가 중요한 업무 관계에서 아직 선글라스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갈등 때문에 복장 자율화를 선택한 일부 기업에서는 아예 선글라스를 규정에 포함해 권장하기도 한다. 성남의 한 IT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규정에 명확히 해놓지 않으면 시비가 붙는 일이 있어 아예 선글라스를 허용 가능한 패션으로 규정하게 됐다”며 “외근 때에 선글라스를 쓰는 건 자유라고 생각한다는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아예 지적하지 말라는 뜻에서 규정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