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6개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 없지않지만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 깨달아
경영 맡게 되면 존경받는 기업인 되겠다

“다 제 책임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던 중 울먹였다. 그는 목 멘 소리로 “사익을 위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거나 기대한 적이 결코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도 수의(囚衣)가 아닌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머리는 헝클어진 채였다.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가 최후 진술할 기회를 주자, 이 부회장은 준비해 온 초록색 노트를 펼치며 “구속 수감된 지난 6개월 동안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한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보려 노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복잡한 법적논리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었다”며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이게 모두 다 제 탓이었다는 점입니다”라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창업주인 선대 회장을 언급하면서 목이 메인 듯했다. 말하는 사이사이 여러 차례 헛기침을 하며 종이컵에 담긴 물을 들이켰다. “창업자이신 (이병철) 선대회장님, 삼성을 글로벌 그룹으로 키운 (이건희) 회장님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된다는 중압감에 저도 나름 노심초사하며 회사 일에 매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게 맞습니다. 저희의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들과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는 더 엄격하고 커졌습니다.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이 부회장은 “제가 경영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법과 정도를 지키는 건 물론이고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어보자는 다짐을 했다”고 평소 회사 일을 하며 가졌던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버리니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하다”며 울먹였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에 대해 항변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은 “재판장님 이거 한 가지는 꼭 말씀드려야겠다”며 “제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던지 기대를 한 적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특히 서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욕심을 내겠느냐”며 “너무 심한 오해이고 그 부분이 정말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며 “이 오해만은 꼭 풀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면서 최후 진술을 마무리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박 특검은 법정에 나와 “이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이 구형을 듣고 이 부회장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변호인이 최후변론을 하는 동안 이 부회장은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입술보호제를 바르기를 반복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