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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모법, 日민주주의 무너뜨릴 것”…더 거세진 반발
일명 ‘마음 처벌법’ 시행 한달
자의적 운용 감시·폐지 요구 확산

‘마음을 처벌하는 법’으로 반발을 샀던 일본의 개정 조직범죄처벌법(일명 공모죄법)이 시행 한달 째를 맞았다. 우려하던 악용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야당과 학계, 법조계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1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마모토현 변호사회는 이날 공모죄법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처벌 범위가 불명확하거나 수사 기관에 의한 개인 간 대화나 통신 등 감시가 강화될 우려가 있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모죄법 성립에 강하게 항의하고 폐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폐지될 때까지 이 법이 자의적으로 운용되는 일이 없도록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계 90개국 법률가 단체로 구성된 ‘국제민주법률가협회’(JALISA)도 지난달 21일 공모죄법에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조직적인 범죄집단’에 대한 모호한 정의는 안보에 민감한 영역의 비정부기구(NGO) 활동에 대한 감시를 합법화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민진당, 공산당, 자유당, 사민당 등 4개 야당은 공동투쟁 과제에 일찌감치 공모죄법 폐지를 포함시켰다. 아베 신조 총리가 개각을 단행한 직후인 지난 5일, 야마시타 요시키 공산당 부위원장은 사이타마시에서 열린 가두연설에서 “앞으로도 야당과 시민 공동투쟁을 발전시키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겠다”며 “가케학원 의혹 해소와 공모죄법 폐지, 헌법9조 개악 저지 등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항의 시위에 나섰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헌법9조 폐기’ 실행위원회는 11일 신주쿠역에서 공모죄법 폐지 및 아베 총리의 개헌에 반대하는 거리 선전전을 벌였다. 주최 측은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일상생활에서, 지역에서 시민들이 나서 목소리를 높인다면 아베 정권과 전쟁을 추진하려는 세력에 이보다 무서운 건 없을 것”이라고 참여를 촉구했다.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은 ‘감시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다는 점이다. 아사히신문 계열 온라인매체 ‘닷’은 “범죄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경찰이 의심 인물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들여다보거나 전화를 도청할 수 있다. 이를 합법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점이 공모죄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변호사 오오타 게이코는 ‘닷’에 “공모죄법의 진정한 목적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에 나갈까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공모죄를 범한 것이 될 수 있어 사람들을 위축시킨다”며 “기본적으로 공모죄법은 민주주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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