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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움은 영원한가…극한상황속 ‘인간’을 돌아보다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리뷰

컴컴한 지하 고문실 바닥에 생긴 피 웅덩이,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시뻘건 핏물이 사방으로 튄다. 이곳에서 온몸에 피칠갑을 한 사내 둘이 넋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다. 피로 흠뻑 젖은 칼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인두가 쥐어진 손, 그리고 옆에 놓인 양동이 속 잘려나간 누군가의 수많은 손들이 방금 전까지 이들이 한 일을 짐작하게 한다. 이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타지마할’에서 벌어졌다면 어떨까?

지난 1일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17세기 인도 아그라의 황제인 샤 자한(Shah Jahan)이 그의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타지마할에 얽힌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바그다드 동물원의 뱅갈 호랑이’로 퓰리쳐상 후보에 오르는 등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라지프 조셉이 집필해 2015년 6월 뉴욕에서 초연된 것으로, 비교적 빠른 시간에 국내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극은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등장해 궁전을 지키는 한 사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1600년대 인도 아그라, 까만 밤에도 황제의 안위를 지키고 있는 이는 황실 근위병 ‘휴마윤’이다. 이윽고 또 다른 근위병 ‘바불’이 허둥지둥 나타나는데, 두 사람은 서로를 ‘바이(형제라는 뜻)’로 부를 만큼 각별한 친구 사이다.

휴마윤과 바불이 한창 우스운 농담을 이어갈 때쯤, 타지마할에 관한 이야기가 툭 튀어나온다. 무려 16년 동안 높고 두꺼운 벽에 싸여 오직 벽 안에 있는 인부들만이 볼 수 있었던 타지마할은 이외 사람들은 완공 전까지는 절대 봐서는 안 될 고귀한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궁전을 지은 건축가 ‘우스타드 아이사’는 황제에게 타지마할을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기 전 작업에 참여한 2만 명의 일꾼들이 먼저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감히’ 부탁하고, 이에 모욕감을 느낀 황제는 끔찍한 명령을 내린다. ‘건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손을 자르라’고. 그리하여 타지마할만큼 아름다운 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만들 수 없게 하라고.

권력이 내린 부당한 명령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극 중 상황을 실감 나게 드러내기 위해 실제 1회 공연 당 약 200L가량의 가짜 피가 사용된다. 충격적인 사건 전개와 그로테스크한 무대 연출 속에 인간이 한번쯤 고민할 만한 삶 속의 여러 문제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 더욱이 핏물로 온몸을 뒤덮으면서도 극한의 감정 연기로 90분을 가득 채우는 두 배우의 열연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는 10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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