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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합]백남기 사망ㆍ약촌 오거리 사건 진실 밝힌다…경찰 ‘진상조사위’ 출범
- 민간위원 6명, 경찰추천위원 3명 구성
- 강제 수사ㆍ압수수색은 불가능해 실효성 의문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같이 경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거나 약촌오거리 사건 처럼 무리한 강압수사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재심에서 무죄로 드러난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한다. 인권 경찰 확립을 위해 경찰이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밝히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지만 수사나 압수수색 권한 등 법적 강제력을 갖추지 못해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질지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청은 25일 진상조사위원 9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7월 경찰개혁위원회의 첫 권고안을 경찰청이 수용하면서 만들어졌다. 경찰의 경비ㆍ수사ㆍ정보수집 등 경찰권 행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거나 있다고 의심되는 사건, 인권침해 진정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 등을 선정해 진상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진상조사 대상사건은 제 1차 정기 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인데 당초 개혁위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밀양 송전탑 진압, 쌍용차 사태, 약촌오거리 사건 등을 그 예로 든 바 있어 이들 사건은 필수적으로 포함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남기 농민 사건의 경우 검찰 역시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보고 관련 수사의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조사위원은 위원장인 유남영 전 국가인원위원회 상임위원을 필두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전승 흥사단 사무총장 ▷노성현 서울변호사회 인권위원회 노동인권 소위원장 ▷위은진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정문자 서울시 인권위원 등 민간위원 6명과 ▷박노섭 한림대 국제학부 교수 ▷박진우 경찰청 차장 ▷민갑룡 경찰청 기획조정관 등 경찰추천위원 3명으로 구성됐다.

경찰청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했다. 이날 위촉된 민간위원들은 인권 침해 사건과 관련된 시민단체의 추천을 포함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청취해 위촉한 만큼 적극적인 활동이 기대된다. 한편 조사 대상사건을 선정하거나 조사 기간을 결정하는 권한 역시 4경찰청 훈령을 통해 위원회에 부여했다. 경찰 수뇌부의 입맛에 따라 조사 대상을 선정하거나 조사 과정에 불만이 있다고 조사를 중단 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조사관에게는 조사 기간 동안 2급 비밀 취급 인가증을 발급하고 민간조사관은 형의 선고나 징계 처분 없이 의사에 반해 퇴직이나 면직시킬 수 없도록 해 외압으로부터 보호한다.

이후 위원회는 20명 규모의 민간ㆍ경찰 합동조사팀을 꾸려 최장 1년 간 조사를 진행하고 사건의 진상ㆍ인권 침해내용ㆍ원인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포함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ㆍ장비ㆍ시설 등 충분한 지원을 하고 위원회 자료 제출 요구에도 최선을 다해 응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 내에 위원회 사무실과 조사팀 사무실도 조성한다. 이후 진상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인권 정책 수립과 제도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오늘 진상조사위 발족은 인권경찰로 변모하겠다는 경찰의 진정성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시작점이 될것”이라며 “고(故) 김수환 축경이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정부에게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며‘공권력이 인권탄압에 쓰이면 이것은 공권력이 아니요 오히려 폭력’이라고 하신 말씀을 겸허히 되개기며 위원회 활동을 통해 과거의 경찰력 행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여부를 살펴보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과거에 무엇을 했고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개혁이 가능하다”며 “진상조사 성과에 따라 경찰 개혁이 어느정도 갈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조사위 활동이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도 있다. 각 사건의 조사 대상자가 현직 경찰이 아닌 민간인일 경우 조사에 응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청 훈령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제 13조에는 “위원회는 진상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 공무원 또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및 사건 관련자를 출석하게 해 질문하거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고 그 권한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권 등 강제력이 있는 수단이 아닌 임의 조사 형식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출석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당시 경찰 총수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나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이미 퇴직해 민간인 신분인 만큼 이들이 검찰 조사가 진행중임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관련 사건의 증거가 될 자료 제출도 요청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압수수색 영장 등을 요청할 권한이 없는 만큼 민간인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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