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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생각하기(매튜 B. 크로포드 지음, 윤영호 옮김, 사이)=손글씨 쓰기, 도시농부, 뜨개질 하기…. 요즘새롭게 발견되는 취향들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말도 나온다. 매튜 크로포드는 취향을 직업으로 바꿔 버렸다. 시카고대에서 정치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워싱턴의 유망한 싱크탱크 책임자로 일하던 그는 어느날 모든 걸 내려놓고 모터사이클 정비사가 된다. 리치몬드 쇠락한 기찻길 근처에 허름한 벽돌창고에 그는 자신만의 모터사이클 정비소를 차린다. 거대한 시스템의 부분이 아니라 세상과 맞닿은 생생한 접촉을 맛보고 싶었기때문이다. 저자는 사무실 책상에서 벗어나 직접 자신의 손과 몸을 쓰며 사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을 풍요롭고 의미있게 만드는지 모터사이클 정비사로서의 경험에 비춰 하나하나 적어나간다. 그에 따르면, 지식노동과비교해 손과 몸을 움직여 일할 때 행위주체성과 지적 흥미를 더 느낀다. 저자는 최근 미국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기술수업이 폐지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손을 쓰면서 배울 수 없는 기회가 없다면 세계는 추상적이고 우리는 점점 의존적 인간, 노예상태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손기술은 인공지능 시대에 더 취약한 지식노동의 대안으로도 읽힌다.

수행성의 미학(에리카 피셔-리히테 지음, 김정숙 옮김, 문학과지성사)=채찍으로 스스로를 때리고 배에 면도날을 긋는 예술가를 끌어내린 관객, 관객에게 욕을 하거나 눈가리개를 씌우고 희롱하는 배우들…. 현대 공연예술에서 이런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수용자의 위치에 머물렀던 관객들은 공연의 수행자로 역할을 떠맡고 있다.이런 현대 예술의 정체성을 연극 기호학의 대가 에리카 피셔-리히테는 수행성의 미학으로 설명한다. 수행성의 미학은 지각 주체가 지각 대상과의 역치적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 예술적 현상 뿐만 아니라 비예술적 현상이 갖는 힘과 현실 구성력, 나아가 삶과 예술을 넘나드는 미학적 현상과 경험도 포괄한다. 저자는 현대사회학의 창시자인 뒤르켐의 이론과 방주네프의 통과의례 이론, 제의를 변환적 퍼포먼스로 간주하는 문화인류학 이론을 토대로 1960년대 이후의 동시대 연극, 퍼포먼스, 문화현상을 분석해나간다. 요제프 보이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막스 라인하르트 등 대표적인 공연들을 예로 들어 미학이론을 알기쉽게 풀어냈다.

그_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강정 지음, 다산책방)=등단한 지 25년동안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 강정이 울음에 관한 에세이를 냈다. 유년시절부터 시인으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성찰, 세월호의 아픔과 박상륭 선생을 떠나보낸 심경을 담은 일화까지 마음을 적시는 이야기들을 펼쳐냈다. 이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바로 울음. 유년시절 하도 울어 별명이 짬보였던 그는 아침 식탁에 계란 프라이가 없어서 울고, 혼자 화장실 가는게 무서워 울었다.서울에 대한 사색, 직장생활 당시의 갑갑함, 고흐가 죽기 전 마지막 70일을 머물렀던 프랑스 오베르쉬르아즈 여행 당시의 고독 등 깊이 가라앉아있던 억눌린 정서를 길어올려낸다. 3일간의 식음전폐 끝에 써내려간 박상륭 소설가의 송가는 그 곡진함이 마음을 울린다. 영감을 주는 노래와 영화이야기도 담아냈다.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었던 에단 호크의 똥배가 나오는 영화‘ 비포미드나잇’을 보며 느낀 늙어감의 슬픔, 노래가 되고 시가 되는 삶을 살아온 패티 스미스 등 페이소스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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