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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실험은 ‘성공적’!
63개 스피커 ‘CD음질’ 구현
아름다운 의상ㆍ모던한 무대
풀내음 가득한 야외 공연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25억원이 투입된 대작, ‘라트라비아타’를 한국적으로 재해석,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의 첫 오페라 연출…온갖 기대 속에 출발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기원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의 실험은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본 개막에 앞서 24일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리허설로 만난 동백꽃아가씨는 ‘오페라를 야외에서 작업하지 말아야한다’고 일갈했던 토스카니니의 명제에 예외로 두어도 좋을만 했다. 

국립오페라단의 평창올림픽 성공기원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가 26일과 27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무대에오른다. 극의 흐름을 미리 알려주는 변사역을 맡은 채시라.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마이크를 통한 성악가의 음성 ‘CD음질’=2000석 내외의 오페라 극장이 아닌 7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야외공연의 특성상 마이크와 스피커가 동원됐다. 무대에서 객석 끝까지는 약 80미터에 달해 정구호 연출은 앞선 인터뷰에서 “음향이 가장 큰 문제다. 맨 뒷자리서도 음향이 정확하게 들려야한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이같은 우려는 탄성으로 바뀌었다. 63개 스피커를 통해 전달된 성악가들의 목소리는 잡음 하나 섞이지 않고 깨끗했다. 비올레타역을 맡아 17년만에 고국 무대에 선 이하영은 드라마틱한 감정변화를 절절하게 표현했고, 알프레도는 서정적 미성으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전달했다. 마치 잘 녹음된 CD를 듣는 듯했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나 ‘최고수준’의 음향 구현엔 성공했다. 

동백꽃아가씨 공연장면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다음 의상은 뭐지? 화려한 무대=정구호 연출의 능력이 가장 돋보였던 건 바로 의상부문이었다. 디자이너 김영진과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디렉션한 의상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국립무용단의 ‘향연’, ‘묵향’의 연출을 맡으며 한국무용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정구호에 대한 평가는 이번에도 적용가능했다. 막이 바뀔때 마다 등장인물이 옷을 바꿔입고 나오는데, 다음 의상이 무엇일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의 비올레타가 입은 쓰개치마다. 길이 5미터의 의상엔 수제 자수가 자리잡았다.

더불어 지름 24미터의 원형무대와 그 무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LED스크린도 미장센에 한 몫을 했다. 극의 흐름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는 원형무대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극대화해서 보여줬다. LED스크린에 가득한 민화작가 오순경의 작품도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무대를 만들었다. 

동백꽃아가씨 공연장면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마지막 주인공 ‘88 잔디마당’= 공연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잔디마당이었다. 앞서 내린 비로 풀내음이 진동했다. 풀벌레소리와간간히 부는 시원한 밤바람은 지금 ‘야외오페라’를 감상하고 있음을 끊이없이 상기시켜줬다. 지정석도 좋지만 지정석이 아니라더라도, 옆 잔디마당에서 앉아 여름밤을 즐기며 오페라를 감상해도 좋겠다. 국립오페라단측은 26일(토)공연은 매진됐지만 27일(일)공연은 일부 좌석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야외이니만큼 모기약을 챙기는 건 필수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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