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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뇌물공여 혐의 ‘유죄’…朴도 유죄 피하기 어려워
-법원, 승마지원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금 ‘대가성’ 인정
-朴-李 사이 묵시적 부정청탁과 朴-崔 공모관계도 인정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은 25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9억 원 상당 뇌물을 건넸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도 유죄 판결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이날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금 72억 원과 최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금 16억 2800만 원이 뇌물로 인정됐다.

이 부회장이 대가를 바라고 최 씨와 재단을 지원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을 바라고 정 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응했다고 봤다. 삼성 측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정상적인 비영리ㆍ공익단체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충분한 검토없이 신속하게 지원금을 집행한 점을 들어 ‘대가성’ 있는 뇌물을 준 것이라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법원 안팎의 관심이 쏠렸던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관계도 인정됐다. 박 전 대통령이 단독면담에서 승마 지원을 언급하며 강하게 질책하고 감사를 표시하기도 하는 등 최 씨에게 지속적으로 지원상황을 전달받은 정황이 있다는게 재판부 결론이다. 두 사람의 공모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공무원이 아닌 최 씨가 돈을 받았더라도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입증을 위한 7부 능선을 넘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대가성, 부정청탁과 함께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관계까지 인정돼 박 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했다.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상대방의 뇌물수수죄가 성립될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법원에서는 실제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하면 뇌물을 받은 쪽 혐의도 인정해왔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생존 전략은 한 가지로 압축된다. 공익적 목적으로 재단과 승마지원을 요구했지만 최 씨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다며 공모를 부인하는 방법이다. 최 씨도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이 범행을 주도했다며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 40년 지기인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각자도생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220억 원을 지원한 혐의를 무죄로 봤다. 그러면서 “재단에 대한 설립 및 출연과정은 청와대 경제수석실 주도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기업들은 대통령의 관심사항에 따라 전경련의 사회협력비 분담비율로 책정된 재단 출연금을 어쩔 수 없이 납부할 수 밖에 없다는 정도의 인식이 있었다”고 짚었다. 법원이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에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규정하면서, 삼성 등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ㆍ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에 나섰다는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확률은 높아졌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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