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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안 등 생활 위협”…반값 대학기숙사 막는 이웃들
주민 반대 부딪혀 착공도 못해
‘월세난’ 대학생들도 집단 대응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유모(25) 씨는 다음 학기부터 다시 자취방을 옮겨야 할 처지가 됐다. 월세 40만원짜리 자취방도 가격이 오르면서 학교에서 조금 더 떨어진 방을 새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룸이 있지만, 졸업반인 유 씨는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지난해부터 자취방을 전전하고 있다.

새로 계약한 월세 방은 싱크대 위에 가스레인지가 달렸을 정도로 비좁은 데다 화장실도 오래돼 사실상 이용이 힘들 정도지만, 유 씨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방을 계약했다. 유 씨는 “부모님한테 월세비를 지원받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다 생활비와 학비를 내는 데 아르바이트비를 모두 쓰고 있어 더 비싼 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한 학기만 더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겨우 계약했다”고 말했다.

유 씨와 같이 심각한 주거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을 위해 서울 시내 곳곳에 대학과 공공기관이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조차 시작하지 못한 곳이 많다. 주민들은 “기숙사가 들어서면 치안 문제 등 주민 피해가 심각하다”며 공사 저지에 나섰고, 학생들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심각한 주거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을 위해 서울 시내 곳곳에 대학과 공공기관이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조차 시작하지 못한 곳이 많다. [헤럴드경제DB]

서울 성북구에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추진 중인 대학생 행복연합기숙사 부지는 대표적인 대학 기숙사 갈등 지역이다. 재단 측은 애초 오는 2018년 1학기에 맞춰 5164㎡ 크기의 국유지에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학생들은 월 20만원 수준인 행복기숙사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인근 주민들은 “공사용 대형차량이 들어오면 인근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인근 주민들의 소음과 분진 피해가 심각해져 공사를 허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이 나서 지난해에만 수차례에 걸쳐 주민 설명회와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주민 측의 입장은 아직 완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았음에도 공사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2000여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입사 희망 의사를 밝힌 상태인데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는 없다”며 “기숙사 입주생은 자가용 이용이 금지되는 등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여러 차례 설명했다”고 했다.

행복연합기숙사뿐만 아니라 한국장학재단이 서울시 성동구에 추진하고 있는 1000명 규모의 기숙사와 고려대가 추진하고 있는 성북구의 1100명 규모의 기숙사 신축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보다 못한 대학생들도 단체행동에 나섰다. 경희대와 고려대, 한양대 총학생회는 지난 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각 대학에서 추진 중인 기숙사 인허가를 보류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학생들은 주거비를 마련하려고 과제와 시험공부 와중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며 “두려움 없이 귀가하고 안전하게 잠자리에 들 권리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서울시의 기숙사 신축 허가를 촉구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의 재학생 대비 기숙사 수용률은 15.1%에 불과하다. 기숙사 신축이 멈춘 동안 월세는 꾸준히 올라 서울 주요 10개 대학가 인근의 33㎡ 셋방 평균 월세는 지난해보다 5만원 오른 50만원을 기록했다. 금혜영 경희대 부총학생회장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대학생은 주거권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지난 2일 집회에 이어 다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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