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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끓는 대림동 민심①] ‘황해’ ‘아저씨’ 이번엔 ‘청년경찰’…“대림동이 범죄소굴입니까?” 中동포 울분
-“타 영화와 달리 지역명 특정한건 문제” 지적
-中동포 대림역서 ‘상영금지’ 등 요구 집회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대림동은 범죄소굴이고 중국 동포는 전부 조직폭력배 입니까?”

영화 ‘청년경찰’이 묘사한 중국 동포와 대림동의 모습에 뿔난 중국 동포들이 영화 상영금지와 제작사의 공식 사과 및 방문,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중국동포단체 회원들과 주민 60여 명은 28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지하철 2호선 대림역 9번 출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중국 동포 단체 회원들과 주민 60여 명은 28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지하철 2호선 대림역 9번 출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영화 상영금지와 제작사의 공식 사과 및 방문,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는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청년경찰‘은 지난 9일 개봉한 후 국내 관객 483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동포들은 해당 영화가 “대림동을 범죄 소굴로 묘사하고 중국 동포를 범죄 집단으로 그리는 등 중국 동포를 비하하고 인권을 짓밟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영화에는 범죄집단이 가출소녀를 납치해 난소를 강제 적출하고 매매하는 사건이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조선족은 조직폭력배로, 중국 동포 거주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중국인 거리’는 범죄사건의 배경으로 쓰였다 “여기 조선족들만 사는데 여권없는 중국인도 많아서 밤에 칼부림이 자주 나요” 같은 대사도 등장한다.

이에 이동욱 재한중국교민상회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중국 동포와 대림동 원주민 사이에 갈등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수면 아래에 있던 잠재적 갈등을 오히려 촉발시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영화 상영금지와 제작자 및 감독의 사과문 발표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년경찰이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대림동’을 특정하는 강력한 표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해당 영화에는 단순히 조선족과 조선족 밀집지역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을 넘어 ‘대림역 12번 출구’라는 표지가 실제로 등장한다. 영화 ‘황해(2010)’, ‘아저씨(2010)’ 등 중국 동포를 범죄조직으로 묘사한 작품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해당 영화처럼 현존하는 지역을 특정한 경우는 드물었다. 

중국어로 된 간판이 즐비한 서울 대림동 중국조선족 거리의 모습.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영화가 현존하는 대림동을 특정하면서 영화 속 설정을 현실에서 찾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은 최근 극중 배경인 대림역 12번 출구를 찾아 “최후의 만찬으로 핫바 먹고 있습니다”라며 황해를 패러디하거나 “저 할머니가 나 쳐다봤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 시간여 대림동을 배회하는 영상 속에서 실제 위해가 될 만한 상황은 등장하지 않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범죄조직원을 중국 동포로 설정하는 일은) 예민한 문제지만 상상력의 허용범위로 볼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지역이 대림동으로 특정된 점은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미소 냉전시기에 제작된 ‘007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뻔히 악당들을 러시아나 쿠바 출신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도 ‘러시아다, 쿠바다’라고 실제 명칭을 특정하지 않았다.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 A국으로 표현하는 등 실제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노력을 했다”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영화 엔딩에 ‘이 영화는 사실이 아니라 허구에 의한 작품‘이라는 점을 명시하는 등 관례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년경찰은 극장 개봉 전 시사회 단계에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화여대’라는 특정 대학명을 삭제한 바 있다. 위조한 대학교 학생증에 등장해 눈에 띄지 않는 장면이었지만 대학 측의 지적을 받고 영화 속에서 대학명을 ‘한국대’ 등 가상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관례를 따랐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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