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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해변 ‘죽음의 안개’ 미스터리
-폐수작업ㆍ해조류 영향 등 전문가도 의견분분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간 걸릴 듯”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국 남동부 해안에 ‘독성 안개’가 퍼져 주민 150여 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안개 정체가 미궁에 빠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전문가들은 폐수작업에서 배출된 화학물질부터 해조류가 내뿜는 독소까지 다양한 가설을 내놓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이스트서식스주 벌링갭 해안에서는 원인 불명의 안개가 밀려와 관광객과 주민 수백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안개에 노출된 이들은 눈 따가움과 구토,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지 경찰은 화학 대응팀을 파견해 긴급구조에 나섰고, 해안가 일대에 소개령을 내렸다. 또 주민들에게 창문과 문을 닫을 것과 외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슬레이터 카디프대학 연구원은 독성 안개가 현지 기업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물 제조사에 대한 규제 경험 상, 예기치 않은 독성물질 배출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AP연합]

이에 현지 물 제조사 서던 워터(Southern Water)사 대변인은 폐수 작업이 연무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모든 현장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폐수 처리 작업에 염소가스와 같은 물질 역시 사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안개 정체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큰 재난을 불러온 염소가스라고 보도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사이먼 보셀 박사는 미스터리한 안개 정체가 해조류에서 나온 독소가 연무제(aerosol)가 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바다가 잔잔하고 광량이 높은 등 독성 해조류 발달에 매우 이상적인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보셀 박사는 “해조류 독소는 특히 천식환자에 호흡기 질환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대안가설일 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자는 텔레그래프에 “내 생각에 유일한 가능성은 선박 컨테이너의 화학물질이 누출된 것”이라며 “염소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냄새와 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화학물질도 얼마든지 있다”고 전했다.

영국 식품환경청 등 관련 당국은 이번 사건을 서식스경찰과 소방국에 일임했다며, 안개 정체에 대해 더이상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해안 경비대 주도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선박에서 안개가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선박이 당시 이 지역에 있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인을 밝혀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경찰 대변인은 설명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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