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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비’, 소강국면 접어들었지만 피해 눈덩이…美 최대강수량 경신
-콜럼비아특별구 6배 크기 물에 잠겨
-집중적 폭우 피해 갈수록 늘 듯
-사망자수 급증ㆍ수재민 지원 부족 등 전망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미국 남부 텍사스주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나흘 동안 50인치(1.27m)가 넘는 비가 내려 도심이 ‘군도(a chain of urbanized islands)’로 변한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던 피해 현황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에는 이날까지 미 역사상 최대 강수량인 1.25m(49.2인치) 폭우가 내렸다. 역대 최대였던 1978년 1.22m(48인치)를 넘어선 것이다. 이로 인해 휴스턴이 속한 해리스 카운티 지역의 25~30%가 물에 잠겼다고 기상학자 제프 린드너(Jeff Lindner)는 추정했다. 이는 444평방마일로 콜럼비아 특별구의 6배 크기에 달한다.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하면서 물바다로 변한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한 공항. [휴스턴=AP연합뉴스]

이날 휴스턴 남부에선 콜롬비아호수 제방이 무너지면서 긴급 주민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휴스턴의 서쪽 교외에 위치한 저수지 애딕스와 바커 댐은 제한수위를 넘기면서 이미 전날 방류에 들어갔다. 두 저수지 모두 사상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육군 공병대 관계자는 “이번 방류가 폭우로 인한 위험을 덜기엔 충분하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외신은 태풍 위력은 약해졌지만 집중적 폭우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 것으로 예상했다.

AP는 이번 태풍의 가장 끔찍한 피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거나 ‘섬’ 아래에 숨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관 스티브 페레즈(60)가 이날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페레즈를 포함해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소 16명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수 보고서를 다음달 1일 경 작성함에 따라 사망자 숫자는 더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휴스턴에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휴스턴 조지 R. 브라운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임시보호소에 9000명의 주민이 수용됐고, 휴스턴에서 북쪽으로 402㎞ 떨어진 댈러스와 서쪽으로 258㎞ 거리인 오스틴에 설치된 보호소에도 각각 8000명과 7000명의 주민이 머무르고 있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추가로 1만 명의 피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 마련을 위한 재정 지원을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요청한 상태다.

해리스 카운티 대변인 프란치스코 산체스는 “홍수로 도로가 파손되면서 구조요원들이 일부 지역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 파손된 주택과 건물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지역 8개 카운티 주택 소유자 중 17% 만이 민간 홍수보험 보장 대상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나머지는 수재민은 민간자선단체와 FEMA 등 정부 원조에 의존해야한다. 영구거주가 가능할 때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FEMA 보조금은 최대 3만3300 달러(약 3700만 원)로, 대부분 이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난에 따른 혼란으로 치안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휴스턴 시장은 재난 지역 빈집에서 절도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날 오후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금을 실시하기도 했다. 해리스 카운티 검찰청은 휴스턴 지역에서 약 48시간 동안 14명이 절도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텍사스코퍼스 크리스티와 오스틴을 방문해 재난 당국자들을 격려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 회의에서 “이번 재난의 피해 규모는 엄청난 수준”이라며 우려했다. 다만 최대 재난지역인 휴스턴은 구호와 복구 활동이 한창이라는 점을 고려해 방문하지 않았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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