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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매맞고 끙끙…경찰, 공무집행방해 늘수록 자살도 늘었다
- 공무집행방해 건수와 경찰관 자살 비례
- 학계 “업무 중 폭력행위 겪으면 트라우마도 심해”
- 인력 부족ㆍ승진 걱정으로 고민 공유도 어려워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경찰에 대한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가 연간 1만5000여건 전후로 발생해 공권력에 대한 침해가 심각한 가운데 공무집행방해가 많아질수록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몸과 마음을 다치더라도 터놓고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운 조직 문화 때문에 경찰관들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31일 경찰청 범죄통계 및 ‘경찰관 자살예방 종합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검거 인원수가 늘어나는 해에는 경찰관의 자살 건수도 늘어났다. 반면 공무집행 방해 검거가 줄어드는 해에는 자살 경찰관도 줄어들어 두 수치 간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2013년 1만3407명이던 공무집행방해 검거 인원이 2014년 1만5142명으로 늘어나자 경찰관 자살 건수는 17건에서 21건으로 늘었다. 2015년 공무집행방해가 다시 1만5000명 선 아래로 내려오자 자살 건수도 18건으로 줄었다. 이후 2016년에는 두 수치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찰관들은 폭력에 대응하는 업무 특성 상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 들의 분석이다. 독일에서 2009년 민원인등의 폭력행위로 인해 공상 피해를 경험한 경찰관 681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측정 척도를 조사한 결과 업무 중 폭력행위를 겪은 경찰관이 높은 확률로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2016년 정신건강 종합대책에서 경찰관을 스트레스 고위험계층으로 분류한 바 있다.

경찰에 대한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가 경찰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고 결국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또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0~2015년 간 경찰관 공상 승인 결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무집행방해로 부상을 입은 경찰관 중 경사와 경위가 각각 35%와 29%로 가장 많았다. 이는 자살 경찰관 중 경사가 38.7%, 경위가 36.9%를 차지하는 것과 일치하는 결과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최하위 계급인 순경과 경장에 비해 업무처리에 보다 능숙한 경사나 경위 계급이 공무집행방해 상황과 피해를 더 많이 직면하고 있고 이로인해 공상 승인 신청이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013년부터 전문상담기관에 위탁해 전국 100여개 상담소에서 경찰관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실시 중이다. 2014년부터는 자살 위험도가 높은 외상후 스트레스 전문 치료를 위해 서울 보라매 병원, 부산 온종합병원, 광주 조선대 병원, 대전 유성선병원 등 4곳에 경찰트라우마 센터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신 건강 관리와 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연구원이 수도권 내 지구대 또는 파출소에 근무하는 40명의 경찰관에 대해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 부족한 인력과 승진에 민감한 조직문화가 만연해 있어 민원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경찰관은 “일처리를 어떻게 하길래 공무집행방해를 당하냐며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면 오히려 동료들이 바빠 죽겠는데 인원 빠진다고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경찰관이 피의자를 제압해야지 왜 맞느냐는 인식이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민원인이나 피의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찰관은 이후 조직에 대한 회의감과 사명감 저하로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에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스트레스나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강한 사회적 지지를 받아야 외로움, 자살 충동, 삶의 질 저하 등 문제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경찰 조직의 적극적인 개입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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