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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안의 뱅킹이 뭐여?”…‘낯선 세상’ 이 더 서러운 어르신들
“은행 점포 줄이고 통장 없애면
내 돈은 어디가서 어떻게 찾아?”
‘디지털 소외층’ 대책 마련 시급


“종이통장이 없으면 돈은 뭘로 뽑는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봐야 속이 편하지” “휴대폰이 없어지면 어떡한대?”

지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탑골공원에서 70~80대 어르신들에게“앞으로 종이통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묻자 순식간에 쏟아진 답변들이다.

이번 달부터 종이통장 발급이 고객 선택형으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종이통장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왔지만 노인들은 여전히 과거 방식을 선호해 노인들의 소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일부터 전국 일선 은행 창구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종이통장 발급ㆍ미발급을 선택하는 ‘통장 기반 금융거래 관행 혁신’ 2단계 방안이 실행된다. 2015년 9월부터 2년간은 종이통장을 원하지 않는 고객에 한해 종이통장을 발급하지 않아왔고 앞으로는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발급ㆍ미발급을 선택하게 된다. 3단계가 적용되는 오는 2020년 9월에는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고는 발행비용 일부를 청구하게 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금융업무를 보고 있는 노인들.

이러한 은행권의 디지털 혁신 바람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은행에 가지 않고도 대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오프라인 은행은 생존을 위해서 디지털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최근 은행권은 오프라인 점포도 줄이고 있다. 지점ㆍ출장소를 포함한 국내 11개 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6182개에서 지난달 기준 5919개로 263개가 줄었다.

그러나 노인들은 낯선 세상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매달 25일마다 생활비를 찾으러 은행을 방문한다는 김 모(81)씨는 “휴대폰으로 돈을 주고 받고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은행앞에서 만난 최씨는 매달 말일에 통장을 정리하며 입ㆍ출금 내역을 관리한다고 했다. 그는 “종이통장을 정리해야 얼마나 지출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쉽고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종이통장을 발급하지 않을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대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은행권은 종이통장을 발급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통장발급 비용(5000원~1만8000원) 중 일부를 인센티브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젊은이들만 돈을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 모(62)씨는 “종이통장을 없애고 싶어도 우리 같은 노인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못하니까 못 없애는데 왜 젊은 사람들만 혜택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밖에 나가면 수수료 아끼려고 거래은행을 찾으러 고생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입출금 수수료도 안내지 않냐”고 토로했다.

디지털 금융에서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 노인들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모바일 뱅크에 대해서 “편리한 것을 알아도 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은행 앞에서 만난 김모(69ㆍ여)씨는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은행 업무를 보면 좋을 것 같지만 카카오톡도 겨우 배웠는데 모바일 은행은 배우는 데 시간이 더 들 것 같다”며 “아마 대부분 비슷한 연령대는 좋은 것을 알아도 못 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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