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쏟아져 나오는 전관들②] “변호사 개업 대신 강의ㆍ공익활동 노력해야”
-교수는 잠시…취업제한 풀리면 로펌으로
-내년까지 고위직 줄줄이 퇴임…행보 주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2009년 김영란 당시 대법관은 퇴임을 앞두고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법조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김 전 대법관은 실제로 퇴임 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기며 그 약속을 지켰다. 그는 이번 가을학기 로스쿨생들을 상대로 ‘민사실무연습’ 강의에 나섰다.

여전히 전관들 사이에선 퇴임 후 로펌행이 대세지만 학교에 둥지를 트는 사례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11년 퇴임한 박시환 전 대법관이 인하대 로스쿨 전임교수로 활동 중이고, 양창수 전 대법관도 한양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9월 퇴임한 이인복 전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박병대 전 대법관은 올 6월 퇴임한 뒤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헌법재판소는 김이수 소장 권한대행(왼쪽)을 비롯해 5명의 재판관이 내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헌법재판관 중엔 전효숙, 이정미 전 재판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모교 강단에 서고 있다. 올 1월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 소장도 변호사 재개업 대신 오는 9월부터 서울대 법과대학 초빙교수로 나선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에서 ‘(전직 대법관 등 고위 전관들은)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 법무연수원에 근무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사조정법에 따른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함으로써 법조인 양성과 공익활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고위 전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이 아닌 새로운 업무수행의 전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전관의 교수 활동이 로펌 취업 전 잠시 하는 임시적인 성격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한성 전 대법관은 1년간 영남대 석좌교수로 있다가 법무법인 태평양에 들어갔고, 신영철 전 대법관도 1년간 단국대 석좌교수로 활동한 뒤 법무법인 광장에 취업했다. 김지형, 안대희 전 대법관도 각각 원광대, 건국대에서 석좌교수로 지내다가 변호사 개업을 했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고위 전관의 로펌 취업제한 기간이 3년으로 늘었을 뿐이다.
올 9월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6명의 대법관이 줄줄이 퇴임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변호사 개업을 택한 고위 전관들이 대형 로펌에 들어가 산하 공익위원회 이사장이란 직함으로 공익활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목표로 하는) 공익활동의 모습에 꼭 들어 맞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오랜 기간 법조인 생활로 쌓은 전관들의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영리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공익활동 개념의 조항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양승태 대법원장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등 6명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5명의 퇴임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고위 전관들의 퇴임 후 행보를 놓고 법조계의 갑론을박은 더욱 거세게 벌어질 전망이다.
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